해와 달이 된 오누이
0.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줄여서 해님달님이라고도 불리는 전래동화.
생각해보면 조선시대만 해도 호환마마전쟁등이 가장 무서운...아니지, 호환으로 인해 사람이 죽는 일이 제법 많았다.
조선왕조실록에 '호랑이'로 검색해보면 심지어 대궐 안에까지 호랑이가 뛰쳐들어오는 일이 기록되어 있을 정도니, 언제 갑자기 튀어나올 호랑이에 대한 공포가 어느정도일지 알만하다.
거기에 이 이야기는 떡을 팔러 나간 어머니가 호랑이에게 잡아먹히고 오누이까지 잡아먹으러 오는것으로 이야기가 긴박하게 전개된다. 민가가 있는곳에 호랑이가 내려온다는 치안 붕괴 현상과 아이들만 있는 집을 노린다는 복지 사각지대가 섞인 처절한 시대극이 바로 이 전래동화인 것.
1. 이시대의 오누이는 제법 영리한지라, 지문인식, 음성인식, 안면인식까지 동원해서 어떻게든 호랑이의 습격을 막아내 보려 한다. 그러나 작은놈 기준(수마트라 호랑이)으로도 100kg이 넘는 녀석을 아이둘이 당해내기는 어떻게 해도 무리. 결국 오누이는 뒷문으로 탈출하여 필사의 도주극을 벌인다.
이런 절체절명의 순간에 두 오누이는 하늘에 구조신호를 보내게 되고, 나라가 나서지 않으니 하늘이라도 나선다는 뜻인지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와 두 오누이는 극적으로 구조된다.
그런데 가만히 있어보자...하늘에서 내려오는 동아줄이라. 그거 괜찮은건가?
2. 이야기 전체적으로 보면 구조된 두 오누이 중 오빠는 해님이 되고 동생은 달님이 된다. 그렇다면 동아줄은 최소 달궤도에서 부터 내려왔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두 오누이가 붙잡고 탈출할수 있었다고 하니 일반적으로 학교 운동회에서 쓰이는 마닐라로프 정도의 크기일 것이다. 그런 로프를 달에서부터 지구까지 직격할수 있겠는가...라는 문제는 매우 발달한 옥황상제 산하 연구부서의 기술력으로 어떻게든 된다 치고.
동아줄이 달에서부터 지구로 뻗어 내려온다면 처음에는 달의 중력권 영향에 있겠지만 어느지점부터는 지구의 중력권 영향에 들게 될 것이다. 계산을 간단하게 하기 위해 달과 지구사이 중간지점부터 지구 중력에 의해 가속이 되는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해보자. 로프는 찾아보니 운동회용 줄다리기 줄이 30m당 20kg정도의 무게인듯 하다.
이를 이용해 AI(.....)에게 계산을 의뢰해 보면,
밧줄 총 길이 (L) ≈ 3.763 × 10⁸ m
밧줄 총 질량 (M_rope) = λ * L ≈ 2.509 × 10⁸ kg
지구 중심 기준 밧줄 끝 지점 (r_bottom) = R_E + 1 m ≈ 6.371 × 10⁶ m
지구 중심 기준 달-지구 중간 지점 (r_mid) ≈ R_E + L/2 ≈ 6.371 × 10⁶ m + (3.763 × 10⁸ m / 2) ≈ 1.945 × 10⁸ m
고려할 밧줄 질량 (아래쪽 절반): M_lower = M_rope / 2 ≈ 1.255 × 10⁸ kg
의 조건으로 계산을 시작한다.
아이들이 잡을수 있게 지상 1m 지점까지는 줄을 내려보낸다고 했을때,
초기 위치 에너지 (아래쪽 절반, U_initial_lower): 질량 M_lower가 r_bottom 에서 r_mid 사이에 분포되어 있을 때의 위치 에너지 U_initial_lower = ∫[r_bottom to r_mid] (-G * M_E * λ / r) dr = -G * M_E * λ * ln(r_mid / r_bottom) 를 통해 계산하면 U_initial_lower ≈ -9.084 × 10¹⁴ Joules
최종 위치 에너지 (아래쪽 절반, U_final_lower): 질량 M_lower가 최종적으로 r_bottom 위치에 집중되어 있다고 가정하면. U_final_lower ≈ -G * M_E * M_lower / r_bottom가 된다. 이를 계산하면 U_final_lower ≈ -7.84 × 10¹⁵ Joules
위치 에너지 변화량 (ΔPE_lower): ΔPE_lower = U_final_lower - U_initial_lower . 계산하면 ΔPE_lower ≈ (-7.84 × 10¹⁵ J) - (-9.084 × 10¹⁴ J) ≈ -6.93 × 10¹⁵ Joules
최종 운동 에너지 (KE_final): 위치 에너지 감소량이 전체 밧줄(M_rope)의 운동 에너지로 전환됨. KE_final = -ΔPE_lower ≈ 6.93 × 10¹⁵ Joules
이렇게 해 최종속도와 운동에너지를 계산하면
KE_final = (1/2) * M_rope * v_final²
v_final² = 2 * KE_final / M_rope
v_final² = 2 * (6.93 × 10¹⁵ J) / (2.509 × 10⁸ kg)
v_final² ≈ 5.524 × 10⁷ (m/s)²
v_final ≈ sqrt(5.524 × 10⁷) m/s ≈ 7432 m/s ≈ 7.43 km/s
줄 끝의 최종속도는 무려 초속 7km에 줄이 가지는 운동에너지는 약 6.93 × 10¹⁵ Joules! 이 에너지를 톤으로 바꾸면 약 1.6메가톤이 된다. 이는 어지간한 전략 핵무기급 파괴력에 해당한다......
......아무리 아이들 둘을 구하기 위한 긴급조치라 한다고 그래도 역시 이거는 스케일이 아득히 지나친거 아닙니까 옥황상제님.
3. 전래동화 나라에 전략 핵무기를 떨구는 것은 위험천만한 상황이니, 방법을 바꿔 이미 예정된 대로 구출 지점에 미리 동아줄을 내려놓고 오누이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시나리오로 가볼까. 하지만 이역시 쉬운일은 아니다. 지구는 자전하고, 달은 지구 주변을 공전하기 때문이다. 이 시나리오에서 달에 고정된 줄이 지구에 도달하면 어떤일이 생기는가, 역시 AI에게 계산을 시켜보니
밧줄 끝의 공전 속도 (지구 중심 기준): 달이 지구 주위를 공전하는 각속도(Ω_orbit)는 모든 밧줄 지점에서 동일. Ω_orbit = 달의 공전 속도 / 지구-달 거리 = v_orbit / D ≈ 1023 m/s / 3.844 × 10⁸ m ≈ 2.66 × 10⁻⁶ rad/s.
지구 표면 1m 지점의 밧줄 끝은 지구 중심으로부터 r_bottom = R_E + 1 m ≈ 6.371 × 10⁶ m 떨어져 있고 이 지점의 선속도(지구 중심 기준, 달 공전에 의한 속도)는. v_bottom_orbit = Ω_orbit * r_bottom이 된다. v_bottom_orbit ≈ (2.66 × 10⁻⁶ rad/s) * (6.371 × 10⁶ m) ≈ 16.9 m/s ≈ 0.017 km/s. 이 속도의 방향은 해당 지점에서의 달 공전 궤도 접선 방향이다.
밧줄 끝 아래 지표면의 자전 속도 (지구 중심 기준): 밧줄 끝 바로 아래 지표면 지점은 지구 자전에 의해 움직이는데 적도 기준 자전 속도(v_rotation)는 약 0.465 km/s 이다. 이 속도의 방향은 자전축에 수직하며 동쪽 방향.
지표면 기준 상대 속도 계산은 밧줄 끝의 속도에서 바로 아래 지표면 지점의 속도를 뺀 벡터 값이 된다. v_relative_ground = v_bottom_orbit (지구 중심 기준) - v_rotation (지구 중심 기준)
결론적으로 줄 끝의 속도는 지표면 기준 최종 속도 (v_relative_ground) 크기: 약 0.465 km/s (적도 기준)
다시말해 초속 약 500m. 음속의 1.5배!
이런 상황까지 오면 호랑이에겐 도망치는 오누이를 잡느냐 마느냐는 이미 신경쓸 바가 아니다. 줄이 발생시키는 충격파만 해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오누이를 잡아먹으려 달려오던 호랑이는 음속의 충격파에 놀라 혼비백산하여 달아날것이 틀림없다. 이 모습을 보며 두 오누이가 통쾌하게 웃을수도 있겠지만, 글쎄 지금 지표면 상공 1m지점을 음속으로 날아다니는 동아줄이 있다니까요...지면에 납작 엎드려 있다 하더라도 그 충격파의 영향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4. 정리해 놓고보니, 이런 대참사가 따로 없다. 동아줄이 떨어져 내린다고 하면 밤에 호랑이가 내려오긴 했으나 낮에는 나름 평화로운 마을이 전략 핵탄두의 폭심지가 될 지경이고, 오누이가 북쪽이나 남쪽으로 도망치지 않았다면 음속의 동아줄이 마을을 휩쓸고 지나가는 대재난이 예고되어 있다. 호랑이 따위가 습격해오지 않도록 마을의 촌장님과 젊은이들이 힘을 합쳐 순찰이라도 돌았다면 막을수도 있었던 대재난이라 생각되니, 지난번의 장화홍련전도 그렇지만 전래동화의 세계란 정말 무시무시하기 짝이 없는 곳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