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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장장이 Aug 29. 2022

나는 사이코패스가 되었나?

감성을 잃어버린 현대인

 지난 몇 달간, 대부분의 감정들을 느끼지 못한 채 지내왔다. 머릿속에 있는 한 가지 목표 외에 나머지 것들은 모두 가치 없다고 느끼며 지내온 것 같다. 심지어 감성적인 사람들은 멍청하다며 비난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대표적인 ISFP 유형의 사람인 내가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욕하고 있다니 정말 기가 찰 노릇이다. 지난주 내내 효율성을 논하는 내 모습을 보고 있자니 ‘혹시 내가 사이코패스가 된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인간을 인간으로 보고 있지 않은 모습들이었다. 특히 지난주 낯선 사람들과 육아 휴직 제도에 대해 나눴던 대화들이 그렇다.     


 “나는 아이를 낳아 기르는 사람들의 핑계가 너무 싫어. 누구나 일은 많고 시간은 항상 없어. 그런데 유부남, 유부녀들은 혼자서 잘도 빠져나가는 강력한 무기 하나가 있잖아. 우리 아이가 아파서……. 이거 하나면 만능이지.”

 “음, 너도 언젠가 아이를 낳아 기를 테니 네가 그 사람들의 입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응, 그렇지. 인생의 경험치라는 게 그래서 필요한가 보다.”     


 굳이 적을 만들고 싶지 않아 빠르게 동의하며 넘어갔지만 홀로 남모르게  생각이 있다.

그건 네가  주는 입장이 되어보지 않아서 그렇게 생각하는 걸지도 모르지. 홈페이지 제작 하나를 맡겨도 디자이너가 자기 코로나 걸렸다고 예정된 일정을 미루면 다신 같이   하고 싶은  사람 마음이야.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8개월 일하고 출산하러 들어간다고 얘기하면 좋아할 동료들이나 대표들이 있을까?’

 홀로  생각을 되새김질할수록 변해버린  모습이  징글맞게 느껴졌다. 내가 가장 싫어했던 사람의 유형이 되어가고 있는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달간 스스로를 자주 불쌍한 사람이라고 여겼던  같다. 사실 지금의 나는 누군가의 기대치에는 한참  미칠지 몰라도 예전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가졌고 도와주는 주변 사람들도  많아졌다. 조금  행복해져야 하는  맞는데  그렇지 않을까 문득 생각하게 됐다. 그러다 니체의  하나가 떠올랐다. 니체는 이성이 욕망을 통제하면 삶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성은 소망들 사이에서도 통일성을 추구하므로 논리적으로 통합되지 못하는 것들은 모두 억눌러 인간의 정신을 허약하게 한다고 했다.  말에 따르면, 나는  목표에 방해되는 감성에 대한 욕망을 계속 통제해왔고 감성적이게 만드는 모든 것들을 억눌러 정신을 점차 허약하게 만들고 있던 셈이었다.


  이상은 스스로를 불행해지게 내버려   없다. 사랑, 공감, 우정, 맛집 투어, 목적 없는 수다, 발행되지 않을 글을 쓰는   평소에 시간 낭비라고 여겼던 일들이 더욱 절실해진 시기가 요즘이 아닌가 싶다. 사이코패스가 돼버린 지금 나에게는 효율성이나 생산성이 아니라  의미 을지도 모르는 감성 충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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