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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emin Park Oct 06. 2018

19.2장의 피치 덱, 3분 44초의 투자 검토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 (1)

19.2장의 피치 덱, 3분 44초의 투자 검토 

펀드의 입장에서 보면 투자인 과정이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자금 조달(fundraising)이 된다. 자금 조달에는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데다가 투자를 받게 되면 지분을 내주거나 부채를 갖게 되는 등 적지 않은 부담이 지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 받는 이유는 투자로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투자자를 통해 미래의 또 다른 투자자, 인재, 파트너를 보다 쉽게 만나고 사업상 어려움이 생길 때도 함께 해결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1]. 


그렇다면 자금 조달 과정은 대체 어떤 형태로 진행될까? 하버드 경영대학원 톰 아이센만 교수는 2015년 문서 공유 플랫폼 독센드(DocSend)와 함께 360만 달러 이상 성공적인 시드 또는 시리즈 A 투자를 받은 200개 스타트업을 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투자 유치에 성공한 스타트업들은 평균적으로 무려 58개 투자사와 연락해 40번의 회의를 거친 뒤 130만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한다. 투자 유치를 시작해 완료하는데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12.5주였다. 사업계획서를 대신하는 피치 덱의 분량은 평균 19.2장이며 이를 검토하는데 3분 44초 정도를 썼다. 매우 짧은 시간에 굉장히 많은 투자자와 연락하고 회의한 뒤, 상대적으로 간략한 자료와 짧은 발표 내지 검토만으로 투자가 결정되는 셈이다.  

자금 조달에는 딜레마가 있다. 사정이 좋을 때는 투자 받기는 쉬운데 자금이 필요 없고, 사정이 나쁘면 자금은 필요한데 투자 유치가 어렵다. 또 기업 가치를 너무 높게 책정해 너무 많은 돈을 투자 받으면 나중에 추가 투자 받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달성해야 할 목표도 너무 커져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조달한 자금은 18-24개월 안에 소진된다. 따라서 이 기간에 달성할 마일스톤과 여기에 필요한 자금을 적절히 판단해 자금 조달에 나서는 것이 좋다. 자금 소진 기간은 자금 조달 기간이기도 하다. 아무리 늦어도 자금 고갈 예상 시한 6개월 전에는 후속 투자 라운드를 추진해야 한다 [1]. 


미국 에모리대학교의 EDP(the Entrepreneur Database Program at Emory University)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전 세계 150여 개국 27개 액셀러레이터의 178개 프로그램에 지원한 13,495개의 영리, 비영리 스타트업의 사업 성과에 대해 조사했다 [2]. 

그 결과 지원자 10팀 중 2팀이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합류했으며 합류 그룹의 성과가 투자나 기부 등 외부 자본 조달, 매출 창출, 상근 직원 고용 측면에서 그렇지 않은 팀보다 뛰어났다.  조사 대상 중 영리 추구 스타트업은 10,804곳으로 이중 절반 정도가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자금 조달 방식으로는 투자 유치가 1,880곳(17.4%), 대출이 1372곳(12.7%), 기부(philanthropy)가 2117곳(19.6%)이었다. 투자자들은 창업 이력이 있는 창업자와 지적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이 있는 스타트업을 좀 더 선호했고 실제로 이런 팀이 매출이나 고용 측면에서 성과가 좋았다. 영리 추구 스타트업의 절반 이상은 기대 이윤율(profit margin aspiration)을 20% 이상으로 높게 잡았다. 


누구한테 투자해달라고 하나

투자를 받기로 결심했다면 어디서 받을 수 있을까? 누굴 찾아가야 할까? 


최초 투자자 후보는 바로 창업자 자신이다. 일단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하면 금전적, 시간적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그러나 보다 직접적으로 자기 돈으로 사업 자금을 대야 할 것이다. 이를 부트스트래핑(bootstrapping)이라고 한다. 장도를 가기 위해 가죽 부츠를 당겨 고쳐 신는 셈인데, 우리 식으로는 머리띠를 동여 매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다. 이때 자기 돈은 저축이나 담보대출, 신용대출, 신용카드, 상금 등이 될 수 있다. 1인 창업자 대부분은 부트스트래핑으로 창업한다. 


동업자가 있다면 그 역시 자신의 기회비용을 감수하기도 하고 자신의 돈을 창업 자금으로 댈 수도 있다. 부모와 아내, 친구도 투자자가 될 수 있다. 리스크가 가장 높은 극 초반 기업임에도 자금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투자금은 창업자가 가장 싸게 조달할 수 있는 재원이다. 그러나 사업에 실패하면 그들에게도 막대한 경제적, 사회적 손실을 줄 수도 있다.


크라우드 펀딩(crowdfunding)으로 자금을 모을 수도 있다. 크라우드 펀딩은 기부형(donation-based), 보상형(reward-based), 선주문형(pre-purchase. pre-order), 대출형(lending-based), 지분형(equity-based) 등으로 유형화된다. 

기부형은 투자자에게 주식이나 제품 등 어떤 대가도 제공하지 않는다. 

후원형은 주로 예술 분야에 활용되며 후원자 이름을 세기는 등의 비금전적 대가를 지급한다. 

선주문형은 펀딩을 통해 생산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출형은 펀딩의 대가로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지분형은 투자자가 지분을 획득하는 형태로 증권형으로도 불린다 [3]. 미국에서는 2012년 일명 잡스법(Jumpstart Our Business Startups)이 발효되면서 지분형 크라우드펀딩이 활성화됐다 [1]. 국내에서는 2016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 이후 지분형 크라우드 펀딩이 점차 활성화되고 있다.


엔젤투자자는 초기 단계(early stage)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를 뜻한다. 창업자 개인 네트워크와 벤처캐피털의 중간에 위치한 존재로 볼 수 있다. 실제로는 기관보다 접근이 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일단 투자를 받으면 밀착형 멘토링을 받을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보통주 투자가 현실적이고 바람직하다. 일부 투자자는 창업자의 연대보증을 요구하기도 하는데 이는 창업자에게 매우 위험한 일이 될 수 있다. 


엔젤투자자는 역할에 따라 투자를 진행하는 개인인 리드 엔젤(lead angel), 전문지식을 제공하는 서포트 엔젤(support angel), 소액 투자자들이 모인 엔젤 클럽(angel club), 성공한 창업자가 설립한 전문 엔젤투자자인 액셀러레이터가 있다. 보통 리드 엔젤은 성공한 창업자나 대기업 비상근 임원 등인 경우가 많고 서포트 엔젤은 변호사나 회계사, 컨설턴트 등 전문가로 리드 엔젤을 지원한다. 한편 미국 기준으로는 50만 달러 이상의 수표를 써주는 이들을 슈퍼엔젤(super angel)이라고 한다 [1][3] 


미국의 경우 1억 달러 이상의 순자산을 가진 부유한 가문의 자금으로 투자하는 패밀리 오피스(family office)도 운영된다. 500만-1000만 달러의 순자산 보유자들이 연합해 투자하는 복합 패밀리 오피스도 활동한다 [1]. 


개인투자조합도 있다. 엔젤클럽과 벤처캐피털의 중간 정도 되는 투자기관으로 출자 총액 1억 원 이상, 출자자 1인당 100만 원 이상, 조합원 수 49명 이하의 요건을 갖추고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사모 방식으로 운영된다. 참고로 50명이 넘으면 공모가 된다. 개인투자조합의 펀드는 투자 대상이 발굴한 뒤 신규로 자금을 조성하는 프로젝트 펀드(project fund)다. 먼저 투자금을 모으는 블라인드 펀드(blind fund)가 아니다 [4]. 


전문투자기관인 벤처캐피털은 엔젤투자와 비교하면 규모가 큰 펀드를 여러 개 운용하며, 개별 투자금도 크고, 시리즈 B 이후의 성장 단계(take-off stage)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 그만큼 투자 유치에도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다만 멘토링 측면에선 다소 부족하다. 벤처캐피털은 여러 기관이 함께 보통주나 우선주에 투자하거나, CB, BW를 활용한 메자닌(mezzanine) 투자, PF, 유동화증권(ABS, asset-backed securities) 등 다양한 형태로 자금을 제공한다. 은행과 달리 이자소득보다는 자본소득을 우선시하며 기대수익률도 높다 [1][3][5]. 


이 밖에 상업은행을 통해 담보대출이나 운전자금 대출, 시설자금 대출, 그밖에 특수자금 대출을 받을 수도 있다. 또한 국내에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자금을 일반 금융기관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대출받을 수 있다 [3].



[1] Cremades, A. (2016). The Art of Startup Fundraising. Wiley. 서정아(역). <스타트업 펀딩의 기술>. e비즈북스.

[2] The Entrepreneurship Database Program at Emory University. 

https://docs.wixstatic.com/ugd/4d837d_797f386156d042128e88da78cb5ad30c.pdf

[3] 홍성도(2016). <벤처투자금융>. 무역경영사.

[4] 조홍서(2017). <개인투자조합 결성, 등록, 운영하는 방법>. 매경출판.

[5] Berkery, D. (2007). Raising Venture Capital for the Serious Entrepreneur. 이정석(역)(2013). <스타트업 펀딩>. 서울: e비즈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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