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은 없다

내 기준에 벗어난 악이 있을 뿐.

by 핑크하트



내가 생각하는 선이 선의 전부는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선이 누군가에겐 선이 아닐 수도 있다.


나는 말이 앞서고 그 말이 행동까지 이어지지 않는 사람이 무책임해 보여 싫지만, 누군가는 그 말을 받는 것에 충분히 행복해하는 사람도 있겠지.

또, 말이 앞서고 행동을 하지 않는 사람을 끊임없이 행동하게 만들어서 행동까지 하게끔 만드는 사람도 있으니 이것도 이렇다고 마침표를 찍을 수가 없다.


나는 그가 시간 약속에 자주 늦는 것을 보며 책임감이 없다는 생각을 했고,

그와 어떤 작업을 하며 그가 시간을 지키지 않는 무책임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며 다시금 그의 무책임함을 확인했다.

또 때때로 그의 수동적인 행동이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모습으로 보여 그 점이 몹시 탐탁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다른 누군가에게는 싫어하는 것을 애를 써서 노력하는 사람이었고, 자기가 가진 것을 끊임없이 주는 것을 즐겼으며 거절을 잘 못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상대를 맞추고 있었다.


그의 이중적인 모습에 서운한 마음과 불편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사람은 모두 상대성이니 그러려니 하며 나와 그가 소통할 수 있는 부분에서 즐거움을 찾았다.

때때로 막히지 않는 대화에 즐거웠고

때때로는 묘하게 기분이 상하는 대화에 오늘은 별로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냥 서로 맞지 않는 부분도 있는 거라고 넘겼던 그 부분을 이번에 다시 생각해 봤더니, 전혀 다른 것을 보았다.


모든 건 내가 공략하기 나름이라고

그가 자주 말하는 게임처럼 우리의 관계를 생각해 봤더니,

내 기준에 책임감이 없어 보이는 너에게 내가 느낄 수 있는 책임감/소속감을 내가 가질 수 있게 하면 되었다.

또 거절을 잘 못하는 너의 착한 성격과 우유부단하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싶어 하는 너의 마음을 생각하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능동적으로 내가 리드한다면 내가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에게 어떤 의도도 없다는 가정을 한다면 내게 어떠한 의도나 그가 알아서 나를 위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기에 나는 이런저런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


그를 그대로 받아들였지,

그를 공략대상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이렇게 생각해 보면 또 새로운 즐거움을 하나하나 느끼는 시간을 가질 것 같다.

또, 이러한 나의 변화가 그에게 우리 사이가 더 편안한 관계로 느껴지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의도가 없던 너에게 그날의 어떤 의도가 있었던 내가 있었다고 생각하며

그는 절대 알 수 없는 나의 상태와 기분과 그때의 의도를 내가 알아가는 연습을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