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이 끊겼어도 따뜻함은 잊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밤, 눈물 젖은 저를 태워주신 택시기사님,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하도 울어 팅팅 부은 얼굴을 하고 술에 취한 손님이 얼마나 당혹스러우셨을까요.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서럽게 훌쩍이던 취객이 얼마나 황당하셨을까요.
그런데도 저에게 따뜻한 배려를 건네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제가 당시에 많이 취해있었어서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다정하신 목소리로 저를 달래주시던 것만은 기억합니다. 저만한 따님분이 계시다고 하셨지요? 저에게 울지말라 하셨지요. 얼마나 속상하겠냐며 위로해주셨지요. 저는 처음 뵙는 기사님의 처음 타 본 택시에서 그만 익숙한 듯한 온기를 느끼고 더욱 펑펑 울고 말았습니다.
제가 싫다 했던, 제가 위선적이라 했던 친구의 말을 들었던 참이었습니다. 저의 눈물마저도 거짓같다고 했습니다. 저는 살아오며 수많은 사람에게 못됐을 거였고, (바라건대) 그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착했을 거였습니다. 스스로가 성인이 아님은 알았지만 위선자인 줄은 몰랐습니다. 제 마음을 후벼 판 그 말들을 친구는 기억하지 못하더군요. 저는 궁금하면서도 위선적이었던, 제가 알지 못했던 스스로의 모습을 그 친구의 입에서 고발당할까 두려워 아무 일도 없었다 답했습니다.
취한 손님도, 우는 손님도 별론데 취해서 우는 손님은 정말 별로였겠죠? 사실 다음날에는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그럼에도 연락을 드려볼까 싶어 택시 어플을 열어봤지만 예약해서 잡은 게 아니었는지 기록이 없더라구요. 다시 뵙기는 어렵겠지만 잊지 않겠습니다. 잊을 수 없을 거 같습니다. 겨울날 마음까지 시리던 때에 따뜻한 말을 건네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는 볼 일 없을 취객을 위해 마음 한 켠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편지는 전해지지 않겠지만 언제나 온 마음을 다해 기사님을 응원하겠습니다. 어디선가 또 다정함을 베풀고 계실 기사님의 행복을 바라겠습니다.
언제나 행복하세요.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작가의 말:
부끄럽지만 술을 마시고 필름이 끊겼었는데요, 저에게 다정히 말 걸어주시던 택시 기사님의 목소리는 여전히 제 마음에 온기처럼 남아있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