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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elboso Mar 10. 2021

[플랜트 산업 쉽게 접근하기] 영화 속 플랜트 - 2

#2. 7광구(2021) -Tension Leg Platform

지난주에 이어서 영화 속 플랜트 이야기를 전달드리려고 플랜트를 소재로 한 한국 영화 7광구를 봤습니다. 보통은 글을 짜내는 시간이 힘든데, 이번에는 글의 재료를 얻기 위해 영화를 보는 시간이 힘들었습니다. 어렵게 작성한 7광구 속 플랜트 이야기를 전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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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7광구 (2011)


130억 원의 제작비를 쏟아부은 7광구는 이어도 남단의 한일공동개발구역, 7광구를 배경으로 시추선에서 괴물과의 사투를 그린 김지훈 감독의 2011년 개봉작입니다. IMAX 3D로 컨버팅까지 하고, 봉준호 감독의 괴물을 잇는 크리처물이라는 기대를 받던 작품이었지만 (시사회 전까지는..) 돈 받고도 보고 싶지 않은 전설적인 망작으로 남았습니다.

7광구 포스터


영화 정보


감독: 김지훈

배우: 하지원, 안성기, 오지호, 이한위, 박철민, 송새벽, 오민석, 박정학, 차혜련, 박영수, 정인기, 김민재

장르: SF, 액션


영화 내용


이어도 남단, 석유 시추선 이클립스 호에서 일관성이 없는 괴물이 캐릭터가 불분명한 선원들을 아주 쉽게 죽이다가 주인공 버프를 받은 차해준(하지원)에게 어이없게 죽는 영화입니다. (길게 설명해봐야 의미 없습니다..)


영화 속 해양플랜트


시추선의 이름은 이클립스이고, 등장인물들의 작업복에 적힌 회사 이름은 GTOC입니다. 지난주에 소개해 드린 언더워터는 생산 능력을 알 수 있었지만, 7광구는 영화를 통해 알 수 있는 정보가 작업인원이 150명이고 40층 빌딩 높이에 축구장 2배 넓이를 가진 규모가 큰 시설이라는 정도입니다. 

영화 7광구의 배경, 이클립스호


TLP(Tension Leg Platform)의 구조


영화 속 모습에서 유추해 보면, 시추 설비는 TLP(Tension Leg Platform)로 보입니다. (심해 2500미터라는 영화 설정 상 더 깊은 바다에서 시추할 수 있는 Semi-Submersible Platform일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TLP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구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Hull: 상부의 설비들을 받치고 있는 Hull(선체)의 기능은 상부(Topsides)와 해저 유정에서 채굴한 원유를 이송하는 배관(Production Riser), 원유를 육상의 저장 설비로 이송하는 배관 (SCR Export Riser), 그리고 시추선 전체를 해상의 특정 지점에 고정시키기 위함 텐돈(tendon)을 위한 부력과 구조적인 안정성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TLP의 Hull은 4개의 수직 기둥이 있는 정사각형의 구성을 갖습니다.

Topsides: 시추선의 상부(Topsides) 구조물에는 석유 및 가스를 시추하기 위한 모든 생산, 시추, 유틸리티 시스템 및 설비가 위치합니다. Topsides는 생산 유닛, 유틸리티 유닛을 육상에서 제작해서 해상에서 조립하여 모듈 식으로 구성할 수도 있고, 각각의 설비들을 모두 해상에서 바로 설치하는 통합 구성을 할 수도 있습니다. 

Production Risers: 파이프 및 펌프 시스템으로 구성되어서 유정에서 채굴한 원유나 가스를 Topsides로 이송합니다. TLP의 Riser는 바람, 파도 및 해류에 의해 TLP가 상하로 흔들릴 때, 수직 운동을 최소화하는 역할도 합니다. 

Export Risers: TLP에서 생산된 석유나 가스를 육상에 위치한 저장/처리 시설로 이송하는 데 사용됩니다. 위에 그림에 표시된 SCR (Steel Catenary Risers)은 TLP에서 해저까지 마치 현수교의 현수재처럼 매달린 강철 파이프로 장력 시스템 (일반적으로 다중 유압 또는 공압 텐셔너(tensioner)로 구성되어 장력을 유지) 없이 TLP와 Riser가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합니다.

Tendons: 텐돈은 TLP를 해저에 영구적으로 계류하는 데 사용되며 TLP의 수평 이동, 상하 이동, 롤(roll, 좌우 흔들림) 및 피치 (pitch, 앞뒤 흔들림) 동작을 제한하는 데 사용됩니다.


팩트 체크


영화 속 묘사들의 사실 여부 확인은 매우 쉬웠습니다. 그냥 다 거짓입니다. 앞 뒤가 전혀 맞지 않는 등장인물들의 무용담(압력 파이프에 살짝 닿았는데 화상을 입었답니다.. 120도 열수에 노출되었는데 화상이 아니고 수압에 의해 살이 갈라진답니다.. 시추선에서 키우던 상어에 물렸는지 샥스핀이 싫다고 합니다..)도 그렇고 그냥 다 거짓입니다.


등장인물 중 누구도 안전 장비를 착용하지 않았다→ 하네스까지 완전하게 착용해야 작업할 수 있습니다.

상부 데크(deck)에서 줄을 타고 내려오는 주인공→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영화 초반의 배관 수리 장면에서 설치된 배관들이 떨어지면서 주인공 부상→ 고압의 배관들이 이유가 뭐든 파손되어서 이탈하는 것 자체가 대형 사고입니다.

시추선 위의 여전사 하지원이 힘겹게 밸브를 수동으로 잠근다→ 작업자가 수동으로 조작하기 어려운 밸브는 모터로 구동 (MOV, Motor Operated Valve)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배 위에서 클레이 사격을 하고 바이크 경주를 한다→ ㅎx100

시추선 위에서 바이크 레이싱..

시추선에 연구원이 상주하는 생태 연구실이 있다→ 한정된 공간에 반드시 필요한 설비들만 집적해야 하는 해양플랜트의 특성에 전혀 맞지도 않고, 석유 업체가 해양 생물에 관심을 가질 이유도 없을 것 같습니다. 

선원(차혜련)이 라이터를 소지했다→ 인화성 물질을 소지하면 승선조차 불가합니다. 백 번 양보해서 라이터는 몸속 어딘가에 숨겨서 반입했다 치더라도, 화염방사기는 막장드라마보다 더 어이없는 설정입니다. 

시추선에 자폭 스위치→ 왜 있을까요? 


결말은?


아무도 안 보실 것 같아서 그냥 스포합니다. 


다 죽습니다, 괴물 앞에서 박스 안 치우고 박수치던 아저씨도, 혼자 도망치려던 선장도, 화염방사기로 공격하다가 동귀어진을 펼친 안성기 아저씨도, 존재감 없는 차해준(하지원)의 남자친구 오지호까지. 주인공 버프를 받은 하지원만 빼고 모두 죽습니다. 주인공은 괴물과 마지막 전투에서 바이크를 타고 괴물과 술래잡기하더니 바이크를 괴물에게 던져서 폭발시킵니다. 다시 살아난 괴물을 드릴로 갈아버리고, 폭발하는 40층 높이의 시추선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바다로 뛰어내리지만 아주 멀쩡하게 살아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일본과 엮여 있는 7광구에 대해 몇 줄 소개하면서 애국심 고취로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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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따위 영화를 왜 봐야 하는지 자괴감이 들다가, 보는 내내 쉬지 않고 욕을 했더니 스트레스가 풀렸습니다. 7광구 덕분에 영화 속 플랜트 이야기를 몇 가지 더 준비하려던 의지가 사라져서 다음 주에는 다른 플랜트 이야기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좋은 한 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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