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마주한 가장 차가운 곳에서 찾은 행복의 결말

<인투 더 와일드>

죽음을 직감한 크리스는 자신의 노트에 마지막 문구를 남긴다.

행복은 나눌 때만 현실이 된다.

"happiness is real when shared"를 죽어가는 손과 눈으로 천천히 써내려 갔다.


이 한 장면을 보기 위해 나는 2시간의 한 사람의 도피를 지켜봤던 것이다.


크리스(크리스 맥켄들리스)는 부모님의 잦은 다툼과 자신에게 거는 높은 기대감으로 부담스러웠던 것일까..


갑작스레 자신이 이룬 모든 것을 버리고 알래스카로 떠난다.



알래스카로 떠날 준비를 해온 크리스는 더 이상 차가 필요가 없다.

원래 갖고 있던 차에 가져갈 수 있는 물건들을 최소한으로 싣고 출발한다.

길게 뻗은 도로와 따스한 바람이 부는 듯한 날씨는 크리스에게 자연으로 들어가는 환영의 인사로 보였다.

하지만 그런 그를 시험하듯 차를 세워두고 잠을 자는 동안 비가 온 탓에 넘치는 물이 차를 덮치게 되었고, 이젠 차는 무용지물이 되었다.


속상할 만도 한데 크리스는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걷기로 한다. 속세의 모든 짐은 자신에게 걱정거리만 될 뿐이었다.


여정 중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낸다.

히피, 농장 사람들, 자신을 아들처럼 생각한 가죽세공 할아버지 등을 만나며

얼굴에는 평온과 행복이 보이기 시작했지만 뭔가에 쫓기 듯 그들을 뒤로하고 자신의 여정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알래스카에서 발견한 "마법의 버스"의 생활은 나름 괜찮다.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가며 와일드 라이프를 유지해 나간다.

하지만 여긴 먹을 것이 없는 알래스카, 자신이 배워 만든 가죽 벨트에 구멍을 뚫으며 크리스는 견디기 힘들어했다.


크리스는 "마법의 버스"에서 벗어나려 한다.

자신이 찾고자 했던 행복은 모든 것 벗어나서 이룰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일까?

짐을 챙겨 자신이 들어온 길을 돌아가려 했다.


이제 막 벗어나려고 했을 때, 들어올 땐 얕았던 강물이 따뜻한 시기가 된 알래스카에 얼음이 녹아서인지 엄청 불어있었고 그냥 걸어서 건널 수 없게 되었다.


절망스럽다.


이제 배고픔을 참을 수 없을 정도에 도달했다.

뭣 하러 여기까지 와버린 것일까?

자신이 가져온 식물도감을 보고 찾은 식용 식물을 잘 못 보고 독성이 있는 걸 먹었다.


결국 버스 속 침상에 누워 거친 한 번의 숨을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난다.

출처 - filmgrab(https://film-grab.com/2010/07/14/into-the-wild/#bwg983/60816)

위 사진은 크리스가 죽은 뒤 발견된 카메라의 사진을 현상했던 것을 보여준 장면이다.

마법의 버스의 발견은 행운이었지만 자신이 나누어야 할 행복은 여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견디기 힘든 세상살이로부터 최대한 멀리 달아나려 했던 크리스를, 나는 이제 조금 이해할 수 있다. 그 탈출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몰라 나는 현실을 견뎠지만, 그는 기어이 떠났고 끝내 깨달았다.

비록 돌이킬 수 없는 후회였을지라도, 그 마지막 순간에 마주한 것은 분명 '진짜 행복'의 얼굴이었으리라.


그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마치 <월리를 찾아라>의 결정적인 힌트를 얻은 기분이었다. 행복이라는 '월리'는 결코 먼 곳에 숨어 있지도, 욕심을 부려야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복잡한 그림 속, 늘 내 곁에 있었을 뿐.


나에게 소중한 지도를 남겨준 크리스. 부디 다음 생이 있다면, 그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행복이 이번엔 그를 먼저 기다리고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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