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영화의 세트장

해방촌에서 부암동까지

주말에 한번 서울 거리로 나가 사진 연습을 한다.

출사 날 아침에 일어나 마주한 어둠.

아직 날이 밝지 않은 줄 알았다.

이런 흐린 날은 달갑지가 않다. 가기로 한 곳의 풍경은 맑고 따스하게 담고 싶어서이다.


그렇다고 다른 걸 하기엔 한창 사진이 재밌을 시기이다.

지내다 보면 날이 좋지만은 않을 터이니 일단 나가보기로 했다.

비가 부슬부슬 온다.

우산을 들고 찍는 불편함을 감수할 만큼 괜찮은지는 모르겠다.


녹사평 역에 내렸더니 비는 그쳤다.

조금 걷다 보니 "1945 용산 해방촌"이란 팻말의 입구를 볼 수 있었다.

오늘의 시작은 여기이다.

IMG_4220.jpg 해방촌 입구

비 오는 조용한 거리를 걸으며 사색에 잠겨보기도 하며 센티해지는 느낌도 받았다.


해방촌을 지나 언덕길을 오르다 보니 특이한 사거리가 보였다.

산 중턱에 버스, 차, 사람들이 다니는 기울어진 사거리였다.

조용한 거리 구석에 사람들이 드나드는 통로가 보였는데 "해방촌 신흥시장"이란다.


주변은 조용한데 이 통로 속에는 많은 사람들이 차를 마시고 음식을 먹는 모습들이 보였다.

조그마한 시장 밖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모습 골목과 상점들이 들어서 있었다.

해리포터의 "다이애건 앨리" 상점 거리 같았다.

입구를 기준으로 분위기가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넋 나간 듯 구경한 신흥시장을 빠져나와 후암동 쪽으로 이동했다.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다는 후암동 108 계단을 방문하고 비 오는 조용한 거리를 걷다 하루를 마쳤다.



사진 포인트 & 나의 시선

해방촌 입구에서부터 찬찬히 오르다 보면 예쁜 카페와 식당들이 줄지어 있다.

조금은 생소한 먹거리가 있는 것 같았다.


해방촌

IMG_4221.jpg 1/125s 4.0f 24mm ISO 400

흐린 날이라 ISO를 400으로 올려 촬영했다.

화장실 표지판이 없었다면, 어떤 느낌이 났을까 싶은 공간이었다.

IMG_4226.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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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 1/80s 3.0f 24mm ISO 400 (오) 1/80s 5.0f 24mm ISO 400

자유분방해 보이면서 아기자기한 느낌이 나는 잡화점과 타코 식당.

IMG_4223.jpg 1/125s 8.0f 35mm ISO 400

예상컨데 여기가 해방촌의 주요 스폿 중 하나 일 것이다.

복잡하게 엉켜있는 전깃줄과 해방촌의 골목 그리고 남산타워가 함께 보이는 장면이 누구나 담고 싶어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살짝 가파른 골목을 오르면 북촌 한옥 마을처럼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는데, 남산을 향해 찍었을 때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만든다.

IMG_4229.jpg 1/80s 8.0f 50mm ISO 400

흑백으로 만들어 봤는데, 비가 오는 흐린 날씨에 안개와 엉켜있는 전깃줄, 복잡해 보이는 골목이 시간 여행을 한 듯한 느낌이 든다.

이 사진을 찍은 곳이 해방촌 끝자락이다.


후암동 골목

해방촌을 지나면 골목에 예쁜 가게들이 자리 잡고 있는데, 언덕이다 보니 조금 삐뚤어진 가게의 모습이 귀엽다.

IMG_4236.jpg 1/100s 6.3f 18mm ISO 400
IMG_4233.jpg 1/100s 6.3f 35mm ISO 400

작은 책방과 어느 가정집

책방의 노란 조명이 아기자기한 느낌이 들게 했고, 기울어진 언덕길에 나란히 늘어선 화분들이 예쁜 장식처럼 보였다.


신흥시장

의도하지 않았던 방문이라 더 신기하고 새로웠다.

사진을 취미로 한다는 것은 발걸음을 옮기다 발견한 장소가 마음에 들었을 때 더 즐겁다는 생각을 했다.

신흥 시장은 이미 유명한 곳이었지만 나는 모르고 있었으니 나중에 가족들과 함께 오면 좋은 소갯거리가 될 것이다.

IMG_4250.jpg 신흥 시장 입구

이렇게 조용한 거리에 갑자기 많은 사람들의 오가는 모습이 보였다.

뭔가 싶어 가본 곳이 "신흥 시장" 입구.

시장이라 함은 조금 개방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여긴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통로처럼 보였다.

안쪽에 뭐가 있을지 궁금하단 생각이 들 정도로.

IMG_4238.jpg
IMG_4240.jpg
(왼) 1/40s 4.0f 24mm ISO 400 (오) 1/40s 4.0f 24mm ISO 400
IMG_4243.jpg
IMG_4245.jpg
(왼) 1/50s 3.5f 18mm ISO 400 (오) 1/50s 5.0f 41mm ISO 400
IMG_4244.jpg
IMG_4246.jpg
(왼) 1/13s 5.0f 18mm ISO 400 (오) 1/50s 5.6f 57mm ISO 400

선입견이라는 걸 깨어준 시장의 모습이다.

이색적인 가게들과 옛날 모습을 흉내 낸 식당들이 흐린 날씨에 예쁜 조명들과 함께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108 계단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계단이다.

해방촌 주변을 조사하다가 나온 장소인데, 여길 오다 보니 신흥시장도 보게 된 것이다.

IMG_4256.jpg
IMG_4258.jpg
(왼) 1/160s 6.3f 45mm ISO 800 (오) 1/125s 6.3f 59mm ISO 800
IMG_4260-2.jpg 1/160s 7.1f 35mm ISO 800

조금 어둡다고 생각한 터인지 ISO를 800까지 올려보았다.

비 오는 거리도 출사 가기엔 나쁘지 않을지도.


후암동 거리

후암동 주민센터 쪽으로 이동하면 예쁜 동네가 나온다고 했다.

여기 도착했을 시점에는 더 어둡고 비도 많이 왔다.

IMG_4267.jpg 1/640s 5.0f 35mm ISO 800

비도 오고 낙엽도 많이 떨어진 조용한 차로에 차 전조등이 바닥에 윤슬처럼 그려 넣은 듯 한 사진이다.

흑백이 왠지 어울릴 것 같아 한 번 시도해 본 사진

IMG_4268.jpg 1/160s 5.6f 50mm ISO 800

후암상회라는 오래된 건물과 노란 조명 그리고 물건들이 옛날 느낌이 많이 났다.

IMG_4270.jpg 1/80s 6.3f 64mm ISO 800

노란 가을 낙엽아래 우산 쓴 사람들을 담아보았다.


출사를 마치며 느낀 점은 날씨가 흐리든 맑든 담을 수 있는 장면과 모습들이 다채로울 수 있다는 것을 느낀 날이었다.

사진을 우와~ 하며 눈으로 보인 아름다움을 담고도 싶고 일상적이지만 나만의 이야기도 담고 싶다.

그러면 사진이 더 풍성해질 것이라 믿는다.



출사지 평가

접근성: 녹사평역 2번 출구에서 3분

촬영 난이도: 예쁜 카페와 식당을 방문하여 경험을 했다면 더 좋겠지만 내향적인 사람은 수박 겉 핥기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나에겐 조금 어려운 촬영지.

추천 시간대: 흐린 날씨도 추천을 할 수 있다. 추천 시간은 오후 3시 이후

단점: 내향인 혼자서 담기에는 너무 적극적인 곳

종합 평점: ⭐ ⭐ ⭐ ⭐ (4.0)


위치 및 가는 방법

6호선 녹사평역 2번 출구에서 3분만 걸어가면 누가 봐도 해방촌인 곳이 나온다.

해방촌을 지나 "해방촌 신흥시장" 쪽으로 방향을 잡아보자.


카메라 정보

Body: Canon R10

Lens: RS-S 18-105mm F3.5-6.3 IS STM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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