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달달 한 건 남편
날쌘 퇴근을 하고 발목 물리치료를 받았다.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간다. 빨갛게 불타는 퇴근시간의 도로는 서로 바빴기에 느렸다.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자 남편에게 곧 내릴 거라고 톡을 보낸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남편이 서 있다. 남편은 날 위해 현관문을 열어준다. 반깁스의 바닥을 받치고 있는 신발의 찍찍이를 천천히 떼어내는 사이, 남편이 후다닥 옷걸이를 들고 나온다. 안방에 들어서니 만원 할인을 받은 KFC표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다. 식은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날 위해 남편이 시간에 맞춰 데워놓고 마중까지 나온 것이었다. 어느 정도 배가 찼다 싶었을 즈음 남편이 거실에 있는 우리 사진을 볼 때마다 행복하다면서 지금 사진을 한번 더 보자고 했다. 거실에 있어서 매일 보는데 이렇게 자주 보고 싶을까 싶어서 그러자고 했다. 글을 쓰는 지금은 무언가 이상한데 당시의 난 아무 생각이 없었다. 남편은 일어나서 거실로 향했다. 나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는 대신 작아지고 있는 징거버거를 야무지게 조준해서 한입 물었다. 남편이 돌아왔는데 하얀 봉지가 눈에 들어왔다. 모지? 싶어서 봤더니 씨즈캔디였다. 남편과 눈이 마주쳤다. 남편은 나에게 나머지 한 손으로 봉지 밑을 받치고는 받으라고 나에게 더 은밀하게 내밀었다. 나는 1분 정도를 남편과 흰 봉지를 오가며 보고 있었다. 장난인지 진짜인지 이건 무슨 상황인지 혼란스러웠다. 안방과 거실 사이의 여닫이 문 밖에는 액자가 그대로 있었다. 그제야 봉지를 냉큼 받았다. 세상에나. 봉지 안에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달달 구리가 들어있었다.
그것은 씨즈캔디 토피넛!
어떤 음식을 최애로 꼽게 되는 이유로 맛도 있겠지만 누구랑 먹었는지 언제 먹었는지처럼 추억도 있다. 나에게 씨즈캔디는 맛과 추억 모두 최고인 달달 구리다. 작년 크리스마스, 남편이 프러포즈를 해 주면서 씨즈캔디 모든 컬렉션을 사줬다. 씨즈캔디를 늘 한번 먹어보고 싶었는데 한가득 받아서 너무 행복했었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망설임 없이 최고로 꼽았던 것이 바로 토피넛이었다. 넛츠들이 먹기 좋게 바스러져 캔디에 붙어있다. 너츠가 있기에 고소하기만 하다면 당연했을 것이다. 이런 자연스러운 귀결은 명성을 만들 수 없다. 씨즈캔디란 이름을 각인시키는 매력은 쉼 없는 반전의 다채로움이다. 불꽃놀이 같달까. 첫맛은 고소하지만 한두 번 씹다 보면 짭짤해지는데 그즈음 중앙의 캔디를 깨물게 되고 바삭한 달달함이 녹아든다.
나는 말할 것도 없고 남편도 굉장히 흡족한 표정이었는데 서프라이즈에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과묵한 남편은 신이 나서 묻지도 않았는데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나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 택배 박스를 버리러 밖에까지 다녀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서프라이즈를 위해 어디에다 놓을지 고심했다고 한다. 너무 못 찾을까 봐. 신발장 안과 현관 옆에 놓여있는 분리수거함 통 위 그리고 액자가 놓인 탁자 위. 이렇게 고민한 3곳 중에서 신발장 안을 제일 먼저 탈락시켰다고 한다. 그 이유는 정말 내가 이사 갈 때까지 모를 것 같아서라고. 사실 매우 정확한 예측이라 놀랐다. 분리수거함 역시 잘 안 볼 것 같아서 안방 가는 길목에 있는 액자 옆에 두었다고 한다. 난 무심히도 보지 못 했다. 남편의 서프라이즈는 늘 성공이었는데 대신 끝까지 손으로 떠먹여서 알려줘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와 남편은 신선한 가공 초콜릿을 하나씩 꺼내 먹었다. 씨즈캔디를 볼 때마다 그날의 감동과 기쁨이 떠오른다. 그리고 달달 구리 했던 우리도.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남편은 한 번에 와그작와그작 다 먹었다. 남편은 늘 시원시원하게 먹는다. 나는다람쥐의 도토리 마냥 조금씩 소중하게 깨물어 먹었다. 너무 좋아서 첫 입을 먹고는 소리를 질렀다. 한입 먹고 나면 남은 캔디를 손목의 스냅으로 요리조리 돌려서 바라보았다. 남편이 다시 한번 일어나더니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내 눈 앞에 씨즈캔디 통이 4개나 서 있었다. 동공에 지진이 났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많은 토피넛을 본 건 첨이었다. 남편은 양가 부모님 그리고 호주에 사는 동 생것까지 챙겨 준 것이다. 남편이 제일 달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