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무를 떠나보내는
하지 장군의 애도사

전경무를 각별히 평가했던 하지 장군

by 이대택

우리나라 스포츠 역사에서 하지 장군은 크게 또는 자주 언급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의 권한과 위치를 볼 때 그가 적지 않은 영향력을 가졌을 것이라는 추정을 하는 것은 무리가 아닙니다. 그는 해방과 함께 한국 국민의 스포츠에 대한 열정과 관심을 잘 알았고 군사적 임무 외에도 정치, 문화적으로 스포츠 지원의 얼마나 필요한지와 그 효과를 진작 인지했을 것입니다. 특히 전경무의 사망을 하지 장군은 안타까워했습니다. 그가 전경무의 장례식에 직접 나와 애도사를 읽은 것도 그러한 이유였겠죠(사진 9-1).


굳이 스포츠와 연관시킨다면, 하지 장군이 성명을 낸 경우는 전경무 장례식, 1947년 보스턴 마라톤 우승 환영 행사, 1947년 7월 19일 서울운동장에서 개최된 올림픽참가기념 경기대회, 그리고 여운형 장례식, 이렇게 4번입니다(9-1, 여운형의 피살에 따른 성명서까지 하면 모두 5번). 특히 전경무와 여운형의 죽음에 대해 하지 장군이 각별했던 것은 이들이 스포츠를 위해 맡았던 역할과 비중이 막중했기 때문일 것이고, 스포츠 영역에서 이들의 사라짐이 미칠 수 있는 영향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역사에 이프(if)가 어디 있습니까! 그러나 전경무와 여운형이 더 오래 체육계에 머물러 있었다면 아마도 참 많이 다른 스포츠 역사가 우리에게 전개되었을지도 모르죠.



(사진 9-1) 전경무 장례식 NARA film archives-01.JPG [사진 9-1] 전경무의 영정이 영구차에 오르기 전 장면, 서울 YMCA 앞. (출처,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 필름의 한 장면)



전경무는 한국 스포츠의 미래를 기약하고 떠났습니다.


전경무의 장례식에서 하지 장군의 애도사는 다음과 같습니다(9-1).



STATEMENT BY GENERAL HODGE AT JACOB K. DUNN’S FUNERAL


It is a sad occasion as we gather here to pay tribute to one of Korea’s distinguished sons, whose untimely death has cut short a career of patriotic service to his country, and has brought grief to the hearts of all of us, his friends, relatives, and acquaintances.


Mr. Dunn was my friend, as he was of thousands. No one realizes more keenly than I do the importance of the work he was doing, nor how much his loss will mean to Korean, particularly in the world of athletic sports. His interest, his initiative, his enthusiasm, and his indomitable energy were in a large measure responsible for much of the recognition Korea has gained among sports-loving people everywhere. His spirit will carry on into the future in the hearts and bodies of Korean young people who engage in athletic games at home and abroad.



대략 번역하면 이렇겠죠.


‘불의의 죽음으로 조국에 대한 애국적 헌신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된, 한국의 독보적 아들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우리 모두와 그의 친구들, 친척들, 지인들이 슬픈 마음으로 여기 모였습니다.

전경무는 많은 이들의 친구이자 제 친구였습니다. 그가 하던 일의 얼마나 중요했는지, 저보다 더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또한 그의 죽음이 특히 한국의 스포츠계에 어떠한 손실인지 저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의 관심사, 그의 결단력, 열정, 불굴의 에너지는 전 세계의 스포츠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한국을 알리는데 지대하게 기여했습니다. 그의 정신은 국내외 스포츠 경기에 참여하는 한국 젊은이들의 몸과 마음을 통해 미래로 이어질 것입니다.’


하지 장군은 올림픽참가기념 경기대회 개최 축사를 보내면서도 마지막 문단에서 전경무를 언급하는데 인색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대회 개최 축사에서 전경무의 부재를 애석해하며 다음과 같이 적기도 했습니다(9-1).


‘이 개막식에서 이 순간을 가능하게 만들었으며, 국제 스포츠에서 한국을 인정하게끔 한 전경무에게 경의를 표하는 잠시의 묵념을 했으면 합니다. 오늘 그의 부재는 우리 모두를 슬프게 하는 그림자이지만, 그가 여기에 있었다고 확신합니다. 그는 이 기회가 한국 국민 전체가 응원하는 스포츠 프로그램의 공식적인 시작임을 나와 함께 말하고 싶을 것입니다.’


하지 장군은 전경무가 이루려 했던 꿈이 한국에서 앞으로 이어질 미래의 첫 시작임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요? 그의 알아챔은 우연일지 필연일지 오늘날 사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어쩌면 오늘날 한국 스포츠 크기의 모든 시작은 그때부터였을 것입니다.




인용자료


(9-1)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 (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 사료, File Entry A1 1404 Box 311-Hodge message


(사진 9-1) 전경무 장례식,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 (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 사료, film-111-ADC-6543 Funeral Services of J Kyung Dunn, 필름의 한 장면. 서울 YMCA에서 운구차에 영정을 모시는 장면.


사진설명


전경무의 장례식에서 애도사를 읽는 하지 장군,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 (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 사료, film-111-ADC-6543 Funeral Services of J Kyung Dun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