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뽕체육회 10. 용산에 공공스포츠시설을 만들라!
지난달 (2026. 12. 18.) 이재명 대통령은 국가보훈부 업무보고에서 효창운동장을 언급하면서 효창원의 공원화를 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1]. 한마디로 효창운동장을 철거하라는 뜻으로 들립니다. 과연 효창운동장은 사라질까요? 사라져야 할까요? 아니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오랜 논란에도 굳건히 살아 있는 효창운동장
효창운동장을 없애거나 옮겨야 한다는 요구는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노무현 정권에서도 그랬고, 박원순 서울시장 때도 그랬습니다. 특히 박원순 시장 때는 임시정부 100주년을 기념하여 효창공원의 해방 후 목적, 그러니까 상해임시정부 요원들을 비롯한 독립투사의 묘역으로 복구하려고 했죠. 이때 서울시는 이해 당사자들이 함께 모여 숙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쟁점의 하나는 운동장이었는데, 결국 존치하는 것으로 결론 맺었습니다. 효창운동장 또는 축구장의 역사적 의미도 그러했지만, 철거를 어렵게 만든 가장 강력한 이유는 지역 주민의 요청이었습니다. 사실 이런 시설을 지역사회가 갖기란 현재의 서울 토지 사용에서는 불가능하니까요.
효창운동장,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야기
모두가 효창공원에 대한 논란에 마침표를 찍은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대통령의 발언은 도시에서 체육 시설이 어떻게 이해되고 만들어지고 사용되어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해 줍니다.
사실 효창운동장은 운동장이 있기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조선 정조 때 묘역으로 조성되었고 이후 독립투사들의 묘역으로 다시 전환되었으니까요. 그런데 갑자기 이승만 정권이 여기에 운동장을 지어버린 것입니다. 묘역을 옆에 두고 말이죠. 그러니 운동장이 지금껏 남아 있어도 여전히 그 아픔과 부조화는 남아 있게 된 것입니다.
계획 없이 권력자 맘대로 만들어진 체육 시설과 남겨진 숙제
조금 더 큰 그림에서 서울에 존재하는 근현대 체육 시설을 들여 봐야겠습니다.
동대문운동장, 1925년에 세워졌습니다. 그 자리는 조선시대 훈련원입니다.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된 곳이었죠. 동대문운동장은 2007년 철거되었는데,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동대문 상권의 활성화와 도시재생을 내세워 운동장을 없애고 현재의 동대문디자인플라자, DDP를 세웠습니다.
효창운동장은 국제축구대회 유치의 명분으로 이승만 정권이 결정하고 1960년에 만들어졌습니다. 이미 임시정부 요원과 독립투사의 묘역으로 알고 있던 자리에 말이죠. 이후 많은 국내 국제 경기에서 사용되었고 지금까지 남아 있게 됩니다.
태릉선수촌, 1966년 박정희 정권이 체육진흥의 목적으로 태릉과 강릉 사이에 '알박기' 형식으로 세웠습니다. 조선 왕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자연스럽게 태릉선수촌을 철거해야 했고, 2017년 진천선수촌이 새롭게 만들어지면서 이제는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세 근현대 체육 시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묘역에 만들어진 태릉선수촌과 효창운동장, 그리고 군사적 목적의 자리에 만들어진, 이제는 사라진 동대문운동장.
그래서 효창운동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
효창운동장을 놔둘 것인가 없앨 것인가는, 묘역의 역사와 운동장의 역사 그리고 묘역으로의 완전성과 지역사회의 요구가 충돌하는 양상입니다.
그나마 두 충돌을 해결하는 방법은 대체 운동장을 만드는 것 아닐까 합니다.
제안할 수 있는 대체 운동장 위치는 용산 미군기지 자리입니다. 몽골, 임진왜란, 청나라, 일본 군대를 비롯해 최근의 미군기지까지 용산은 군사적 목적의 장소였습니다. 동대문운동장과 유사하지요. 효창운동장과 용산 전쟁기념관은 2킬로미터 남짓의 거리에 불과하고 여전히 용산구입니다. 지역 주민들이 굳이 멀다 할 거리도 아닙니다.
어차피 서울 도심에도 스포츠 시설이 필요할 것이니
최소한 스포츠의 입장에서 서울은 최악의 국제도시입니다. 서울 도심부에는 시민들이 일상에서 편하게 사용할 공공스포츠시설이 아예 존재하지 않습니다.
만약, 어차피 대체 운동장을 만든다면, 홀연히 효창운동장을 포기하는 대신, 원래의 목적에도 반하지 않을 용산 부지에 공공 스포츠 시설을 만드는 것은 어떨지요.
용산 미군기지 부지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입니다. 공원을 만들 것인가, 또는 주거 지역을 재탄생시킬 것인가 등 팽팽하죠. 그러나 공원이든 주거시설이든 공공스포츠시설이 함께 할 수 있다면 그 또한 나쁜 그림은 아닐 듯합니다.
이참에 한 가지 더 제안하고 싶은 것은 용산 미군 부지 둘레로 달리기와 자전거 길을 만드는 것은 어떨지요?
참고자료
[1]
이 대통령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 한중 정상회담 때 논의할 것” 한겨레 2025. 12. 18.
https://www.hani.co.kr/arti/politics/bluehouse/123539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