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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을 Jun 02. 2021

<겨울왕국2>

-어머니 마음엔 여전히 동심이 꿈틀대고 있다-

<겨울왕국2> -어머니 마음엔 여전히 동심이 꿈틀대고 있다-

나이가 들면 기피하게 되는 영화가 생기지 않던가요? 예컨대 동화나 애니메이션 영화는 나이가 들면 보통 피하게 되잖아요.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다고 해도, 아이들 영화가 어른들에게까지 칭송받기는 쉽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제가 영화에 대한 견문이 좁아 그런지 모르겠지만 <토토로>나 <원피스>,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 극장판> 같은 건 확실히 학생이나 아이들이 많이 찾더군요. 어른도 네, 있긴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온 부모님들요.

그런 의미로 저와 동생은 대단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50을 넘긴 어머니를 모시고 <겨울왕국2>를 보러 갔으니까요. 엇! 어머니는 내심 기대하셨는지 <겨울왕국1> 노래를 많이 들으시더군요. <겨울왕국1> 다 아시잖아요. 모르셨다면, 인터넷에 들어가 <겨울왕국1>이라고 쳐보셔도 좋습니다. 아니면 엘사. 이렇게만 쳐도 아마 아주 많은 자료가 있을 거예요.   


<겨울왕국2>를 보러 간 날. 개봉한 날이라 그런지 예상대로 영화관에 사람이 많았습니다. 사람은 라운지 안에도 많았지만, 극장 안에도 많더군요. 아이들과 엄마들이 너도나도 팝콘을 들고 앉아있더라고요. 그런데요. 어머니들이 아이들을 두고 하나둘 자리를 빠지는 것이었습니다. 왜일까요. 아이와 같이 영화를 보면 좋은데, 왜 다들 나가는 것일까요. 

그건 그렇고. 저는 어머니를 보며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어머니도 애니메이션 영화에 아이들처럼 열광하던 시절이 있으셨겠죠. 지금은 <겨울왕국1> 정도로 흥행하지 않으면 찾지는 않지만요.  


재미난 애니메이션 영화가 많은데. 왜 언젠가부터 어머니는 이런 영화를 안 보게 된 것일까요. 이런 영화가 재미 없어진 것일까요? 아니면 영화는 결국 영화속 이야기일 뿐임을 깨닫게 돼 그런 것일까요. 아이들에게는 엘사가 너무 멋지고, 대단하고, 정의롭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사람을 찾기 어려워 그런 것일까요?  


아이들에게는 이 영화가 아름다운 이야기로 들릴지라도, 어른들에게는 딱히 공감할만한 이야기가 없는 게 사실이죠. 현실을 왜곡하는 이야기로 비춰질 수 있고요.

저는 어머니가 <겨울왕국2>를 보면서 함께 동심에 빠지기를 바랐습니다. 엘사가 머리를 풀고 각성을 하는 장면에서 탄성이 쏟아지면, 어머니도 같이 감탄하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생각처럼 풀리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엘사가 각성하는 장면을 보고 감탄하지는 않으셨습니다. 뭔가 아쉬우셨답니다. 솔직히 엘사가 머리를 풀고 각성하는 장면이 명장면 아니던가요. 영화관에 있던 아이들은 얼마나 놀랬는데요. 소리를 지르면서 환호를 하던데. 우리 어머니. 혹시 동심이 없어진 것일까요?

아닙니다. 사람의 마음엔 항시 동심이 살아 있다고 저는 봅니다. 언제나 공주님처럼 살아가길 원하고. 언제나 룰루랄라 춤추기를 원하고. 그렇다고 저는 믿습니다. 하지만 그런 동심도 살아가다 보니 하나둘 제재되고 마는 것 같습니다. 어른이 됐으니 그런 것들에 마음 쓰지 말라는 말도 듣고요.  


아이들은 어른처럼 행세할 기회가 많지만, 어른들은 아이처럼 행세할 기회가 없습니다. 아이가 어른처럼 행동하면 늠름하고 귀엽다고 생각하지만, 어른들이 아이처럼 행동하면 이상하고 민망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어른들이 품고 있는 감수성과 동심은 막히어 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 마세요.'라는 말들로 둘러싸여 무엇이 본인이 원하는 모습인지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그렇게 결국 감수성이 나올 공간마저 없어지는 것이고요.   


문득 궁금해집니다. 지금, 여기에 눈길을 두고 계시는 그대. 그대의 부모님은 최근에 이런 애니메이션 영화를 본 적이 있으실까요? 아니면 영화 속 공주님 왕자님처럼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은 해보셨을까요?   


저희 어머니도 예전에는 이렇게 공주님이 되고 싶으셨을 거예요. 낭만으로 가득찬 하루를 만끽하고 싶으셨을 거예요. 공주님 대우를 받고 싶으셨을 거예요. 만화 영화 속 주인공처럼 꾸미고 싶으셨을 거예요, 분명히. 그 간극이 너무 멀다는 것을 어느순간 느끼시고, 체념하신 것이죠.  


그러니 앞으로도 애니메이션 영화를 잔뜩 보여드려야겠어요. 동심이 꿈틀거릴 때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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