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다을 Jun 02. 2021

<방탄소년단 더 무비>

-여기 어머니 아미 한 명 추가요!-

<방탄소년단 더 무비> -여기 어머니 아미 한 명 추가요!-  


<1> 


오늘은 어머니에게 힘든 하루였나 봅니다. 낮에 노래를 듣고 계셨습니다. 노래요. 노래... 


저녁. 어머니와 산책을 나가니 어머니께서 우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사람들이 싫다. 요즘 너무 힘들다." 저는 묵묵히 이야기를 들어드렸습니다. 어떠한 공감으로도 어머니가 겪고 있는 그 아픔을 순전히 공감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러기도 하지만, 아들이니까요. 묵묵히 들어주는 게, 자식으로서의 도리인 것 같아서요.   


생각해보니, 저는 지금껏 어머니의 고민을 들어 드린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던 것 같아요. 어머니 마음에서 터져 나오는 그 목소리 말이죠. 부끄럽게도 저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항상 제가 우선이었으니까요. '저 힘들어요. 저 지금 고민이 많아요. 저 요즘 왜 이렇게 일이 안 풀리는지 모르겠어요. 다 들어주세요. 다 해결해주세요.' 이러한 말만 내뱉곤 했으니까요.   


저 참 이기적이죠?     


<2>     


요즘 어머니는 방탄 소년단에 빠져 계십니다. 어머니를 방탄 소년단에 빠지게 둔 건 다 제 잘못입니다. 제가 <방탄 소년단 더 무비>를 보여드렸는데 이후로 '방탄' 팬이 되셨거든요. 방탄 노래를 찾으시길래 저는 '봄날'이라는 노래를 추천해드렸습니다. 심심할 때마다 들으시더군요. 너무 좋대요. 방탄의 목소리가.      


저는 노래는 심심하기 때문에 듣는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릴이 없을 때. 아니면 걸어갈 때 귀에다 이어폰을 끼고 멋을 좀 부리는 용도? 그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노래를 '그냥' 들으시는 게 아니었습니다. 어머니에게 노래는 단순하게 '노래'가 아니었어요. 하루는 어머니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노래를 듣다 보면 인생의 고됨을 이겨 낼 힘을 얻게 된다"고요. "슬픔을 이겨낼 수 있다"고요. 그때 저는 불현 듯 떠올랐습니다. 예전에 가정이 정말 힘들었을 때, 어머니가 노래를 듣고 계셨던 때가요. 오디오로 노래를 들으시던 어머니가요.   


어머니, 보시고 계시나요? 왜 다 즐거운 노래만 들으셨나요. 왜 다 그렇게 신나는 노래만 들으셨나요. 저 다 압니다. 방에서 춤을 추시던 어머니. 막 즐겁게 춤을 추시던 어머니.    


아... 그렇게 슬픔을 밟고 계셨던 겁니다.   


어머니는 <방탄 소년단 더 무비>를 보고 새로운 꿈을 품으셨습니다. 가끔 가다가 슬그머니 말씀하시더군요.     

"방탄소년단 콘서트에 가고 싶다."   


방탄소년단 실황 콘서트에 가서 노래를 들어보고 싶으시다니요. 저는, 어머니께 여쭈었습니다. 해외 여행을 가시고 싶지 않는지요. 글쎄, 해외 여행보다 방탄소년단 콘서트에 가시고 싶다는 게 아니겠어요? 저는 자본주의에 노예인지라 또 여쭤봤어요. 아주 자본주의적인 사고관에 입각해서요. 


"제일 뒷자리도 30만원 족히 할 텐데요."      


그런다고 어머니의 소망과 기쁨이 끊어지는 건 아니었습니다. 어머니는 아랑곳 않았는지 '마음'을 이어가셨습니다.   


"괜찮아.방탄이잖아" 그리고는 말씀하셨어요. "그거, 그 방탄소년단 콘서트 보기로 할까. 버킷리스트 목록으로"    


대체 그 콘서트가 무엇이기에, 소중한 버킷리스트 목록에 방탄소년단 콘서트 관람이 들어가는 것일까요. 물론. 방탄소년단이 그만큼 위대하고, 콘서트가 버킷리스트의 목록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건 인정합니다. 단지, 반백을 넘으시는 어머니의 소망이 해외 일주도, 부잣집 며느리 들이기도, 신분 상승 계급 탈바꿈도 아니고, 콘서트 관람이라는 게, 그게 많이 아쉽다는 겁니다.  


그런데요. 어머니의 꿈이 이제 제 꿈이 됐습니다.

To. 방탄 소년단 분들.  

혹시 이 작품 보시면 제일 뒷자리라도 좋으니 저희 어머니 공연 좀 들려주시면 안 되나요. 저희 어머니 지금껏 어떤 콘서트도 가본 적이 없어요. 제 어머니 귀는 아직도 가수 공연 못 들은 귀랍니다. 방탄 소년단 분들. 저희 어머니가 방탄 노래 듣고 기절한다면 제가 얼른 업고 나갈게요. 걱정 마시고, 한 번만 자리를 내주시면 안 되나요. 표조차 못 구할 것 같아서요.

작가의 이전글 <엑시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