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를 기억하며

by 최다을

A는 아팠다. 많이 힘들어 보였다. 그러나 투정도, 불평도 없었다. A는 마음으로 아팠다. 마음이 너무 착하여 세상의 풍파를 견디기 힘든 것 같았다.


아픔이 보이지 않는다는 건, 서글픈 일이었다. A는 건강해 보였다. 겉으로는 아무런 티도 나지 않았다. 마음은 곪아 뭉그러지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몰랐다. 조금 힘들다고 하면, 그게 뭐, 그리 힘들어, 하고는 힘 좀 내봐, 웃어넘겼다. 사람들은 그것 같고 힘드냐고 하지만, A의 고통은 짐작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똑같은 아픔이라도 누군가에겐 절벽에 서 있는 기분을 주기도 하니까.


A의 어깨는 가냘팠다. 수척해진 얼굴 사이로 지나간 기억들이 서려있었다. 온갖 기억들이 A의 마음까지 여위게 했는지, A는 잘 웃지도 않았다.


지루한 장마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한없이 쏟아지는 고통이 A의 온몸을 짓눌렀다. A가 울기 시작했다. 눈물이 삽시간에 A의 볼을 타고 흘렀다.


나는 내가 바보 같았다. 보고 있어도 도와줄 방법이 없다는 게, 지독하게 싫었다. 어떻게라도 도와주고 싶은데. ‘힘내. 괜찮을 거야.’ 이런 틀에 박힌 말밖에 해줄 수 없었다. A는 지금 마음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데도, 나는. 몇 마디 말이 전부였다.


해줄 수 있는 거라곤 묵묵히 함께하는 것뿐이었다. 바람이 불면, 내 몸으로 다 막아내 보았다. 비가 쏟아지면 함께 비를 맞았다.


‘네가 아프면 내 세상이 흔들려. 네가 있어서 내가 있는 거야. 네가 울면 내 세상도 울어. 같이 아프자. 내 비록 너의 고통을 10분의 1일이라도 덜어줄 수는 없지만, 같이 아파할 수는 있으니까.’


나는 A에게 행복을 전하기로 했다. 어떻게 한들 A의 슬픔을 덜어줄 수는 없지만, 행복은 더해줄 수 있으니까. 그렇게 행복을 더, 더, 더 많이 주다 보면 어느새 A의 슬픔도, 고통도 홀연히 사라져 있으리라, 소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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