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냉장고에는 보물이 있다. 그 보물을 여는 것은 오직 나의 몫. 이 보물은 아이스크림이다. 냉장고 한 구석에는 언제 사놓았는지도 모르는 아이스크림이 5개 보기 좋게 누워있다. 보기에, 이 아이스크림들은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껏 '때'는 아이스크림을 우리 가족의 위 속에서 샤르르 녹는 '때'를 뜻하는 줄 알았다. 밥을 먹고 입가심을 하기 위해 한 입 베어물 디저트. 고기를 구워먹고나서 입가심을 할 디저트. 언젠가는 이 차가운 냉장고 안에서 나와 나의 위장 속에서 산산히 분해되어 그 본래의 역할을 다할 때.
그러나 그 '때'는 오지 않았다. 나는 이 아이스크림들과 만나지 않기로 했다. 너무 맛이 있는 이 아이스크림들을 이제는 기억의 저편으로 보내버리기로 했다. 그만. 나를 그만 괴롭히라고. 이 아이스크림들을 입에 대면 또 찾게 될까봐 두려웠고, 아이스크림에 빠져서 하루에 3개씩 흡입할까봐 무서웠다. 의사들이 먹지 말라고 권하는 음식이 과자, 밀가루 그리고 아이스크림이라고 하지 않던가. 인간의 욕망은 참으로 간악하여 호시탐탐 먹거리에 빠지니, 애초에 전부 다 쓰레기통에 담아두면 되었다.
이제야 알았다. 그 '때'란 아이스크림을 버리는 때였다. 모조리 다 녹여 이 아이스크림의 끝을 보았다. 안녕. 아이스크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