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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지기 친구들과의 관계를 정리했다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

by 다은

15살부터 알고 지낸 18년 지기 친구들과의 관계를 정리하면서, 진정한 친구란 무엇인지, 관계란 어떤 것인지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앞으로 나는 어떤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하는지 깨닫기 위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떤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마음이 편할까, 또 어떤 사람들과 있을 때 불편함을 느낄까. 어떤 사람들과 만나고 나면 에너지가 채워지는데, 왜 어떤 사람들과 함께한 뒤에는 이토록 녹초가 되는 걸까.




내가 제일 싫어하는 부류의 인간들은. 아 순화해서 말해야지. 사람들은 귀가 닫혀있는 사람들. 만나면 자기 얘기만 늘어놓는 사람들. 내가 겨우 한 마디를 꺼내도 대답할 준비만 하고,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기 얘기를 덧붙이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대개 입만 뚫려있고 귀는 굳게 닫혀있다. 입은 하나고, 귀는 두 개인데. 두 개는 굳게 닫고, 하나만 활짝 열어둔다. 열어야 할 것은 열지 않고 닫아야 할 것은 닫지 않는다.


나는 주로 들어주는 편이다. 말을 조리 있게, 재미있게 하는 편이 아니라 들어주는 게 편하다. 들어주다가 가끔 리액션해주는 게 편하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나에게 “너도 니 얘기도 좀 해” 따지듯이 몰아붙인다. 몰아붙일수록 나는 점점 더 작아진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100이었는데, 1 조차도 꺼낼 수 없게 된다. 꺼내지 못한 말들은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여만 간다.


그들은 또 말한다. “그냥 얘기하면 되지. 왜 못해?”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앞으로 하려던 이야기들까지 마음속 깊이 묻어둔다.


어차피 그들은 나를 이해해주지 못할 테니까. 그렇게 나를 몰아붙이는 그들은 왜 내가 그들 앞에서 작아졌는지, 왜 그들 앞에서 내 이야기를 하지 못했는지 평생 이해하지 못할 테니까.


그래서 나는 18년 지기 친구들을 정리했다. 내 마음속에서 떠나보냈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요즘 어때? 잘 지내?” 따뜻하게 안부를 건넨다. 속 얘기를 잘 꺼내지 못하는 나를 알기에, 마음에 꽁꽁 쌓아두는 걸 알기에 조심스레 안부를 건넨다.


이런 이들 앞에서 나는 그동안 마음속에 쌓아두었던 이야기 100 중, 하나씩 꺼내기 시작한다. 마음 깊은 곳에 응어리처럼 맺혀 있던 이야기들을 천천히 풀어낸다.


이들에게는 나의 어두웠던, 나의 아팠던 이야기도 마음 놓고 꺼내놓을 수 있다. 이들은 그저 들어준다. 내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내 마음속 응어리가 다 풀어질 때까지 그저 들어준다.


내 아픔에 공감해 주고, 함께 눈물을 흘려준다. “그럴 수 있지. 그동안 마음 고생했네.” 따뜻한 위로와 함께 손을 꼭 잡아준다.


그래서 나는 이런 사람들과 평생 함께하고 싶다고 다짐하게 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류의 사람들은 다정함과 따스함이 느껴지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입은 진짜 필요할 때만 열고 귀는 항상 열어둔다. 열어야 할 것을 열 때를 알고, 닫아야 할 것을 닫을 때를 안다.


앞으로는 이런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겠다고,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들과는 조금 거리를 두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사진 출처 : Unsplash, Photo by Jarle Johan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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