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요일 아침 7시에 모여 함께 달렸다. 혼자 달릴 때는 숨이 조금만 차올라도 ’이제 그만하자‘며 운동을 빨리 마무리하곤 했다.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달리다 보니 어느새 2.5km를 넘었고, 서로 응원해 가며 계속 달리다 보니 6km를 채웠다. 5km 이상 달려본 적이 없었기에, 내겐 신기록이었다.
우리 각자의 페이스는 달랐다. 누구는 5분대, 누구는 6분대, 또 다른 누구는 7분대였다. 평소에는 각자 속도로 달렸지만, 이날만큼은 서로 속도를 맞춰가며 달렸다. 함께 달리고 나서 문득 느꼈다. 역시 함께해야 멀리 갈 수 있다는 걸.
달리기를 마치고, 음료수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최종 목표가 뭐예요?” 칸트 님이 물었다. 내가 먼저 답했다. “저는 책방을 열고 싶어요. 2027년, 늦어도 2028년엔 열 거예요.” “오, 그럼 거기 저희 아지트 되겠네요.” “카페도 같이 하시면 저 일할게요. 진짜 잘할 수 있어요.”
바닐라 라떼를 좋아하는 바닐라 님이 말했다. ”저는 경력을 더 쌓고 규모가 큰 회사로 이직하고 싶어요.“ ”제가 만든 영상이 누군가의 기억 속에 좋은 장면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그럼 간디 님은요?” ”저는 그냥 좀 한량처럼 살고 싶어요. 한 달 살기 같은 거 하면서요.” ”맞아요, 결국 행복하게 사는 게 최고죠.“ 마지막으로 칸트 님이 말했다. “저도 경력을 더 쌓고 이직하고 싶어요.“
서로 다른 꿈을 말했지만, 신기하게도 방향은 닮아 있었다. 간디 님이 웃으며 말했다. “오, 저희 2027년에 많은 일들이 있겠네요.” 생각해 보니 나도 2027년에 책방을 열겠다고 했고, 바닐라 님과 칸트 님도 2년 정도 경력을 쌓은 뒤 이직을 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 2년 뒤에 또 달리고 이 자리에서 이야기해요.”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흰나비가 우리 주위를 빙그르르 맴돌았다. 왠지 우리가 나눴던 말들이 진짜로 이뤄질 것만 같은 좋은 예감이 들었다.
하고 싶은 것을 이야기 나누는 것만으로도 마음속에 좋은 에너지가 차올랐다. 설령 우리가 말한 모든 것들이 다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괜찮다. 우리는, 그대로의 우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