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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관계를 놓아주고 알게 된 것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존재였다는 걸

by 다은

놓아주고 나서야 알게 됐다.

우리는 틀린 게 아니라, 그저 다른 존재였다는 걸.




18년 지기 친구들과의 관계를 정리한 후, 한동안 ‘내가 과연 잘한 걸까?’라는 질문이 꼬리처럼 따라붙었다. 주변 사람들은 “잘했다”라고 말했지만, ‘정말 우리 관계에서 그들만 잘못했을까? 내 잘못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마음 한편이 텅 빈 것처럼 공허했다. 마음속에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무언가가 갑자기 텅 빠져나간 느낌이었다. 추억이 깃든 장소를 지날 때마다, 그때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오래 사귄 연인과 헤어진 것처럼, 불쑥불쑥 추억이 떠올랐다.




공허함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시간을 통해 내가 진짜 원하는 관계와 사람들을 다시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다.


돌이켜보니, 예전의 나는 그저 참는 쪽을 선택하곤 했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친구들이기에 앞으로도 무조건 함께해야 한다고 믿었고, 가시 박힌 말을 들었을 때도 ‘내가 예민하게 받아들인 건가?’ 하며 되려 나를 탓할 때가 많았다.


이제는 알 것 같다. 그 불편한 말들이 내가 예민해서가 아니라, 누구라도 불편했을 말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불편을 느꼈다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물을 필요도 없이 그 순간의 감정을 믿어야 한다는 것도.


요즘에는 누군가의 말을 듣고 기분이 나빠질 때면 ‘아, 나 지금 기분이 좀 안 좋구나.’하며 감정을 인식하고 흘려보낸다. 나쁜 말들을 굳이 오래 마음속에 담아두지 않으려 연습하고 있다.




며칠 동안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누구와 거리를 두고, 누구와 가까이할지 고민을 해보았다.


* 거리를 두어야 하는 사람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

남 탓만 하는 사람.

상대의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의 말만 하는 사람.

이기적인 사람.


* 평생 함께할 사람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사람.

“네 덕분이야.”라는 말을 할 줄 아는 사람.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

배려하는 사람.


앞으로는 평생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오래 알고 지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관계를 붙잡고 있을 필요는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들이 잘못한 것도 아니다. 그저 우리는 서로 맞지 않았을 뿐이다.


퍼즐은 한쪽이 튀어나오고, 다른 쪽이 들어가야 맞춰지지만 우리는 튀어나온 퍼즐 두 조각이었다. 아무리 애써도 맞춰질 수 없는, 그런 사이였다.


서로가 틀린 게 아니라, 그저 다른 존재라는 걸 인정하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마음속에 쌓여 있던 짐 하나가 덜어진 듯했다.




혹시 몇 년, 몇십 년을 함께했는데도 불편하고 이해되지 않는 친구가 있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내가 맞고, 네가 틀려’가 아니라

‘우리는 서로 다른 존재야.’라고.


우리는 틀린 게 아니다.

그저 다른 존재일 뿐이다.




당신 곁에도 오래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붙잡고 있는 관계가 있진 않나요?


‘틀린’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일 뿐이라는 걸 인정하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질지도 모릅니다.




사진 출처 : Unsplash, Photo by Simon Marsa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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