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 떨어진 낙엽만 봐도 까르르 웃음이 나온다는 10대 소녀 시절엔 30대가 되면 당연히 어른이 되어 있을 줄 알았다. 대학을 스트레이트로 졸업한 후 바로 취직했으리라 생각했고,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내며 길거리를 우아하게 걷는 커리어우먼이 되어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대학을 스트레이트로 졸업하기는커녕 1년 반 휴학을 하는 바람에 남들보다 늦게 졸업했고, 몇 번의 이직을 거듭했다.
이렇게 세상 물정 모를 시절에는 번듯한 직장에 다니기만 하면 모두 ‘어른’이라고 생각했다.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레 어른이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임산부석에 자연스레 앉고 양보해 주지 않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연세가 지긋하신 경비원분께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자기 말만 맞다고 우기는 사람을 볼 때마다, 나이를 먹는다고 모두 어른이 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점차 깨닫게 되었다.
2022년, 서른 살이 되었을 때 진정한 어른에 대해 글을 써본 적이 있다. 그때 생각했던 진정한 어른이란 어떤 시련이 와도 흔들리지 않고 굳게 버텨내는 사람, 즉 자기중심이 잡힌 사람,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는 사람, 자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을 지켜낼 줄 아는 사람이었다.
3년이 지난 오늘, 지금의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어른은 그때와 같을지 생각해 보았다.
지금도 여전히 자기중심이 잡힌 사람이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살면서 경험해 보니 자신만의 신념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았다. 사람들은 SNS 속 인플루언서와 비교하며 자신의 삶을 탓하고, 베스트셀러가 된 책과, 100만 유튜버의 영상을 마구잡이로 따라 하기도 한다.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회사에서 일을 할 때면 타 부서에 책임을 전가하는 일은 허다했고, 자신이 잘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래 직원을 탓하는 상사도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어른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았다.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자신만의 곧은 신념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
그렇다면 나는 과연 그런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가, 되어가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가 생각해 보았다.
아직도 선택에 앞서 확신이 서지 않고, 나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지 못할 때도 있다. 하물며 오늘 아침에도 “오늘은 과제를 하고 강의도 듣고, 중간고사 공부도 해야지.” 했지만, 하나도 지키지 못했다. 과제도 밤 10시가 다 되어가는 지금에서야 하고 있다.
이렇게 나약한데 어떻게 하면 진정한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우선 눈과 귀를 열어야 한다. 내 마음속을 잘 들여다보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삶에서 어떤 것을 중요시하는지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세상을 보는 시야도 넓히고, 내가 원하는 위치에 이미 도달해 있는 사람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항상 열어둘 필요는 없다. 나의 꿈에 이렇다 저렇다 평가절하하는 사람들의 말에는 귀를 닫아두고 자신을 믿고 나아갈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입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되도록 함부로 열지 않는 게 좋다. 내가 지킬 수 있는 것을 말할 때만 열어야 한다.
이 방법대로 하면 내가 원하는 ‘자신만의 곧은 신념이 있는 어른’에 조금씩 가까워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날이 오기까지 부단히 애써야겠다.
당신이 생각하는 진정한 어른은 어떤 사람인가요?
그 모습이 무엇이든, 당신이 그 길로 천천히 나아가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