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셋으로 나눌 수 있다.
초여름, 한여름, 늦여름.
인생도 그렇게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초여름.
여름을 셋으로 나누었을 때의 처음 시기.
초여름은 뜨거운 햇살이 서서히 기세를 올리는 시기다. 인생으로 치면, 태어나서부터 20대까지가 아닐까.
세상에 나와 걸음마를 떼고, 어엿한 성인이 되어 무언가를 시작해 보는 시기. 아직은 두려움보다 설렘이 앞서는 때. 초여름의 태양처럼, 모든 게 가능할 것 같았던 시간.
한여름.
여름 중에 한창 더운 시기.
인생에서 제일 바쁜 시기. 아마도 30대에서 40대, 아니 그보다 더 길어질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그 한가운데에 서있다.
한여름은 그렇게 달가운 존재는 아니다. 얼른 무더위가 끝나고 시원한 가을바람을 맞이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이런 내 바람과는 다르게 여름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세차게 비를 내리는 장마가 끝났나 싶으면 곧장 태풍이 몰려온다.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에 축축하게 젖은 바지 밑단처럼, 감정도 일도 관계도 얽히고 꼬인다.
태풍이 휩쓸고 간 자리는 처참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 이 시기를 잘 견뎌야 한다.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아 본다.
여름 한복판을 건너는 지금, 나는 내 마음의 중심을 조금씩 잡아가는 중이다.
늦여름.
여름이 끝나 가는 무렵.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여름도 어느새 기울어간다. 해가 뜨는 시간은 조금씩 늦어지고, 기나긴 여름밤은 점점 짧아진다.
잠 못 들게 하던 열대야도 물러가고, 서늘한 바람이 어깨를 스친다. 한여름을 버텨낸 이들에게 선물이라도 주듯, 하늘은 높고 맑기만 하다.
곧, 가을이 온다.
뜨겁고 버거웠던 시간 끝에, 조금은 단단해진 나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