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마음이 열어준 새로운 길

by 다은

긴 방황 끝에 책에서 길을 찾았다. 책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이 있을 때마다 내게 답을 알려주는 존재이자,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게 해주는 멘토였다.


책을 가까이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원하는 방향을 정하니, 눈앞에 수많은 길이 펼쳐졌다. 출판과 관련된 편집자, 마케터, 북디자이너부터 도서관 사서, 서점 직원까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세계에 발을 디딘 듯했다.


어떤 일에 도전해 볼까 고민하다, 책을 알리는 출판 마케터라는 직업에 관심이 생겼다. 처음 접해보는 분야기에,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한겨레 교육 사이트를 발견했다. 마침 출판 마케팅 실무 강의가 모집 중이어서 고민할 새 없이 바로 신청했다.


수업 당일, 세상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구나 하며 독서 모임에 처음 참석했을 때처럼 놀랐다. 출판 마케터가 되고 싶은 사람부터 인사이트를 얻고 싶은 사람, 편집자지만 마케팅에도 관심이 있는 사람까지. 강의를 들으러 온 목적은 서로 달랐지만, 책을 좋아한다는 마음만은 같았다.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연결되는 느낌이 들었다.


출판 마케팅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건지 알아갈수록 확신이 들었다. 이쪽 분야가 어렵다고 하지만, 살면서 한 번쯤은 좋아하는 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6주 동안의 과정을 마치고, 바로 출판사 입사 관련 강의도 신청했다.




출판사 SNS 계정도 모두 팔로우하고, 채용 관련 사이트에 공고가 올라오기만을 기다렸다. 여느 때처럼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평소에 관심 있던 출판사에서 신입 채용 공고가 올라왔다. 일주일 넘게 준비해서 서류를 제출했지만, 돌아오는 결과는 처참했다.


한 번 시도하고 포기할 수 없어 몇 군데를 더 지원했지만, 이번에도 불합격이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메일을 열어볼 때마다, ‘아쉽게도’라는 단어 앞에서 작아졌다.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 절망하던 찰나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지원한 곳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런저런 질문에 답하다 보니, 한 시간 동안 면접을 봤다. 이번에는 붙을 수 있을까 살짝 기대했지만, 또 불합격이었다.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막막했고, 다시 또 길을 잃은 기분이었다. 그래도 무언가에 도전을 해보고 나니, 조금은 용기가 생겼다. 어쩌면 어딘가에 내가 잘하는 일도 있겠지 라는 자신감도 생겼다.


출판 마케팅 강의를 들으며, 마케팅 분야에 관심이 생겼다. 시작은 출판사가 아니더라도 마케팅 일을 하면서 업무에 대한 경험을 쌓으면, 언젠가는 내가 원했던 곳에서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돈벌이를 위해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수시로 채용 사이트에 들어갔다. 그러다 한 중소기업의 공고를 발견했다. SNS 기록으로 책을 만들어 주는 곳? 바로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공고를 스크랩해두고 며칠 동안은 계속 홈페이지에 들어가 제품을 나름대로 연구하고, 고객센터에 문의도 남겨봤다.


안산에서 서울까지 오고 가는 지하철 안에서도,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나서도 틈틈이 자기소개서를 썼다. 공고 마감 마지막 날에는 새벽 2시까지 카페에 남아서 썼다.


결과는 서류 합격. 기획자를 이미 뽑았는데, 자기소개서를 보고 연락을 했다고 했다. 와, 나에게 이런 날도 있구나 싶었다. 간절한 마음을 담아 써 내려간 자기소개서가 통했다는 사실이,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되어주었다.


비록 10명 남짓한 중소기업, 작은 발걸음에 불과하지만, 언젠가는 책을 사랑하는 나의 마음이 닿을 날이 올 거 같다는 희망이 생겼다. 6개월의 움츠림 끝에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됐다. 길었던 겨울이 끝나고 노란 개나리가 피가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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