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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 맞은 날씨 같은

by 다은

후드득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비가 쏟아진다.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전부터 내리던 비는 오후 2시쯤이 되어서야 그쳤다.

그런데 한두 시간 맑은 하늘을 보여주나 싶더니

다시 또 쏟아붓는다.

참 지랄 맞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날씨를 확인한다.

하루 종일 비가 온다는 소식에

우산을 챙겨 나가면

비가 내리기는커녕 햇빛이 쨍쨍하다.


맑음, 강수 30%를 믿고

빈손으로 집을 나서는 날엔

갑자기 90%로 바뀌어서 비가 퍼붓는다.


변덕스러운 날씨는 참 내 마음 같다.


아침엔 분명 기분 좋게 일어나서

노래 들으면서 샤워했는데,

갑자기 불안해진다.

하, 이 나이 먹고 집에서 뭐 하냐.


집에서 쉬는 청년들이 늘어났다는 기사를

종종 접할 땐 속으로 생각한다.

그거 난데.


하, 밥이나 먹자.

라면으로 대충 점심을 때운다.

배고파서 짜증 났던 건지 기분이 조금 풀린다.

다시 책상에 앉아 할 일을 한다.

벌려 놓은 일들을 하나씩 처리한다.


내 집중력은 한 시간이면 끝난다.

분명 50분 집중하고 10분 쉬고

다시 또 50분 집중해 보자 계획했는데,

50분 집중하고 무한 쉬는 시간이다.


허리 아프다는 핑계로 침대에 누워서

카톡 하고 인스타그램 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간다.

뭐 하냐 진짜. 또 한심해진다.


지랄 맞은 날씨처럼 내 마음도 참 지랄 맞다.


마냥 기분이 좋으면 조증,

계속 다운된 상태면 우울증인데,

난 조울증이라 이렇게 변덕스럽나 싶다.


인스타그램에서 본 말이 떠오른다.


사람은 두 가지를 착각하고 산다.

행복이 계속될 거라는 착각.

불행이 계속될 거라는 착각.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좋은 일만 일어날 때가 있다.

우리는 이 행복이 영원할 거라 착각한다.

하지만 행복은 언젠가 끝나기 마련이다.


나한테 왜 이러나 싶을 정도로

나쁜 일만 일어날 때가 있다.

우리는 이 불행이 끝이 없을 거라 착각한다.

하지만 행복이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불행도 언젠가 끝나기 마련이다.


이제는 알 것 같다.

내가 왜 그렇게 불안했는지.


불행이 계속될 거라는 착각.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일이

계속해서 일어날 것만 같다는 착각.

그 착각이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더 불행하게 만들었다.


행복은 계속되지 않는다는 것.

불행도 계속되지 않는다는 것.

이것만 알고 있어도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지지 않을까.


나는 지금 행복과 불행 그 어딘가에 서 있다.

행복하지도, 그렇다고 불행하지도 않다.

우울하지도, 그렇다고 기쁘지도 않다.


또 불행이 찾아올까 봐 두렵다.

그래도, 이번에는 잘 넘길 수 있을 것 같다.


곧 지나갈 거라 믿으며.

언젠가 다가올 행복을 기다리며.




사진 출처 : Unsplash, Photo by Nadia Val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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