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한 소녀는 작가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나의 꿈 가꾸기’
교내에서 진행된 대회.
대회라고 하기엔 거창하고요.
나의 꿈을 A4파일에 담아 제출하는 거였죠.
소녀는 그 속에 ‘작가’라는 꿈을 담았어요.
교사
간호사
가수
수많은 직업 중에
왜 ‘작가’라고 적었을까요.
맞벌이하는 부모님이
어쩔 수 없이 보냈던 방과후 학교에서
소녀는 꿈을 키워나갔어요.
마음속에 있는 말을
꺼내기 어려워했던 소녀는
원고지에 꾹꾹 담아 흘려보냈어요.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말을
조금씩 꺼내놓기 시작했어요.
혼자가 익숙했던,
외로웠던 소녀에게
언제든 옆에 있어주는 친구가 생겼어요.
비평준화.
내신 성적으로 고등학교가 정해지던 시기.
그리고 이어진 수능.
친구가 생겨서 기뻤던 마음도 잠시,
세상의 속도에 맞춰가야 했기에
소녀의 꿈은 잊혀 갔어요.
빠르게, 더 빠르게.
잘해야 된다는 마음이 커지고 있어요.
높게, 더 높게.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커지고 있어요.
펑!
풍선이 터지고 말았어요.
붙잡아 보려고 애썼지만,
남아 있던 풍선마저
저 멀리, 하늘 높이 날아가 버렸어요.
멀어지는 풍선을 바라보며
소녀는 주저앉고 말았어요.
차곡차곡 쌓아온 모래성이
파도에 쓸려 순식간에 무너져 버렸어요.
그 자리에서 하염없이 울었어요.
‘왜 나한테만…’
‘나는 잘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는데…’
아무도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어 들어갔어요.
깊이, 더 깊이.
아무도 모르게.
하루, 일주일, 일 년…
그 끝에서 소녀는 한 아이를,
13살의 ‘나’를 마주하게 되죠.
“나, 글 쓰고 싶어. 다시 쓰고 싶어.”
잊고 지내던 꿈이 떠올랐어요.
다시 펜을 잡고 써내려 갔어요.
13살 아이가, 33살 소녀에게 말합니다.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
‘네 마음속 이야기를 꺼내 봐.’
그렇게 소녀는
다시, 용기를 내어 봅니다.
브런치라는 꿈의 공간 위에 적어 내려갑니다.
세상으로 한 발자국 나아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