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권고사직을 겪은 후, 무언가 시작하려고 할 때면 나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내가 잘하고 있는지 계속 의심했고, 언제 또 잘릴지 모른다는 불안을 안고 살았다.
세 번째 회사, 이번에는 정말 잘하고 싶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일을 잘한다는 소리는 바라지도 않았다. 적어도 나를 뽑은 걸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일잘러가 될 수 있을까 고민했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 생각했다.
마침, 입사 후 두 달쯤 지났을 때, 대표님이 SNS 콘텐츠 이미지와 홈페이지 이벤트 배너를 만들어보라고 했다. 예전의 나라면 “나는 마케터고, 디자이너가 있는데 왜 내가 해야 되지?” 불만했을 텐데, 지금은 달랐다.
먼저 기본적인 포토샵 사용 방법을 익힌 다음, 학원을 등록해서 주말마다 갔다. 디자인할 줄 아는 마케터라면 나름 경쟁력이 있을 것 같았다. 내가 기획한 콘텐츠를 직접 만들면서 일에 재미도 붙였고 보람도 있었다.
그때쯤 한창 빅 데이터 관련 이슈가 많이 나왔다. 디자인도 할 줄 알고, 데이터 분석도 할 줄 아는 마케터라면? 곧장 SQL 개발자 자격증 취득 과정에 등록해서 나만의 무기를 하나씩 갖춰갔다.
나는 아무것도 못 하는 사람이라고, 여기까지 라고 스스로 한계를 그어왔는데, 이것저것 시도하고 배우면서 그 벽을 부수고 조금씩 자신감을 되찾았다.
처음 보는 사람이랑 한 마디도 못했던 내가, 트레바리와 문토 등 커뮤니티에 참여해서 다양한 업계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그들과 연결되며 점점 시야가 넓어졌다. 10명 남짓한 중소기업이었지만, 회사 밖에서 동료를 찾았다.
어디서 용기가 샘솟았는지 유튜브도 도전했다. 몇몇 출판사에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책을 홍보하고 있어서, 채널을 운영해 본 경험이 있다면 강력한 무기가 되어줄 것 같았다.
동영상 편집 툴을 배우고, 바로 이니책방을 열어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누가 내 영상을 보면 어떡하지 부끄러웠지만, 일주일에 한 편은 올리자는 약속을 지키면서 계속해 갔다.
혼자 대본 쓰고 촬영하고 편집까지 다 하면서 벅찰 때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걸 더 이상 숨기지 않고 세상에 내놓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설렜다.
비록 6개월 만에 문을 닫았지만, 구독자도 78명에 불과했지만, 21개의 영상을 올리면서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조금씩 단단해졌다. 토익 800점, 자격증 5개, 다수의 대외 활동. 예전에는 이런 스펙을 갖춰야만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눈에 보이는 결과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무의미한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수많은 시도와 실패가 쌓여 지금의 내가 있다는 걸.
아빠도 원망하고, 나를 자른 사장님도 원망하고, 거지 같은 세상도 원망했었다. 왜 너만 이러냐며 나를 원망하기도 했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왜 나한테 이런 시련이 닥쳤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우울증을 겪지 않았더라면 그저 앞만 보고 달려가기만 했을 것이다. 권고사직을 겪지 않았더라면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해 볼 생각도 안 했을 것이다.
그렇게 원망은 잠시 접어두고 한 걸음 나아가 본다. 실패해도 다시 시도하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며, 그렇게 조금씩 나만의 길을 만들어가려 한다.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갈 날들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