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직장 연대기에 대해 언젠가는 써보고 싶었다. 연대기라고 하면 거창하지만. 무역사무, 마케팅, 회계를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깨지고 또 깨졌다.
세 직무 사이에는 접점이란 게 하나도 없어 보이는데, 어떻게 이리저리 돌아다녔는지 모르겠다. 돌이켜보면, 하고 싶은 게 많았고, 하기 싫은 건 죽어도 하기 싫어서 그랬던 거 같다. 싫증도 금방 내서 무언가를 오래 붙잡지 못했던 것 같기도 하고.
백수인 지금, 후회되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는 말하지 못할 것 같다. 하기 싫은 걸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주어졌지만, 그렇다고 무언가 새롭게 시작할 용기도 나지 않는다.
30살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정도로 주저하지는 않았던 거 같은데, 나이가 조금씩 먹어가니 겁이 많아진 거 같다. 잃을 게 없던 시절엔 무언가 잘되지 않더라도 금방 일어설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지금은 왠지 모르게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그 무모했던 용기가 나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 요즘, 스트레스받는 일이 없어 행복하기도 하지만, 언제까지 이 기간이 계속될지 모르기에 불안하기도 하다.
사회초년생 시절엔 흔들리더라도 서른이 넘으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을 거라 믿었는데, 여전히 흔들리고 있다. 언제쯤이면 단단해질까.
하루에도 몇 번씩 흔들리고, 사소한 일에도 마음이 요동친다. 그래도 예전처럼 무너져 내리진 않는다. 불안한 날엔 잠시 멈춰 숨을 고르고, 괜찮아질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앞만 보고 달리던 시절과 달리, 이제는 잠시 쉬어가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그렇게 쌓인 시간들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주었기에, 시간이 흐르면 좀 더 성숙해져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한 걸음씩이라도 나아간다면, 작은 노력이 쌓이다 보면, 언젠가 내가 원하는 모습이 되어 있지 않을까.
그 마음을 담아 오늘도 한 글자씩 꾹꾹 눌러쓴다.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나아가고 있다고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