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 있는 건가, 하루에도 수십 번 되묻는다. 어떤 날은 하는 일마다 잘 풀리기도 하고, 어떤 날은 그 아무것도 할 의욕이 나질 않아 가만히 누워 흘려보낸다.
퇴사한 지 벌써 삼 개월이 지났다. 분명 무언가 한 거 같은데, 정작 손에 남은 건 없다. 통장 잔고만 줄어들고 있다. 이 길이 맞는지 확신이 서질 않고 자꾸만 불안해진다. 회사만 그만두면 모든 게 잘 풀릴 거라 생각했는데, 무얼 믿고 그렇게 자신했는지 모르겠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겠다고 큰소리쳤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저 청소일 하는데요?’를 쓴 일러스트레이터 김가지님은 청소일을 하며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안정된 생계를 위해 청소일을 지속하며, 꿈을 위해 그림을 그리고 책을 만든다.
내가 ‘할 수 없다’고 하는 일들, ‘내가 그걸 어떻게 해’하며 피해 왔던 일들, 가령 물류센터나 고객센터 상담 업무와 같이 궂은일들은 어쩌면 그저 ’하기 싫은 일‘이 아니었을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로망이 너무 커서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한 건 아니었을까.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한다는 걸 조금씩 깨닫는 중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한다. 다시 눕고 싶은 마음을 접어두고 화장실로 향한다. 따듯한 물로 샤워하며, 오늘도 힘내보자 나에게 응원을 건넨다.
책상에 앉아 하루의 계획을 적어본다. 다섯 개 중 두 개밖에 지키지 못할 때도 많지만 그래도 적어본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가 사라질 것만 같다. 어딘가에서 나의 쓸모를 다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오늘도 적어본다.
오늘도,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줄다리기한다. 해야 하는 일을 먼저 해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잘 알지만, 왠지 반항심이 들어 늘 하고 싶은 일을 먼저 하게 된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 벌써 삼 개월이 흘러버렸다. 잘하고 있는 건지, 이 길이 맞는 건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일 년, 십 년,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까.
“다은 님 책방 꼭 열어주세요.”
“다은 님이 만드는 공간, 기대돼요.“
흔들릴 때마다 마음속에 간직했던 응원의 말들을 꺼내어 본다. 무너지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이 작은 순간들이 나를 붙잡아 주었기 때문 아닐까.
아직은 답을 모르지만, 여전히 길 어딘가에서 헤매고 있지만, 작은 희망을 품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 본다.
세상에 좋은 결정인지 아닌지 미리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만 어떤 결정을 했으면 그게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게 노력하는 일 뿐이야.
- 즐거운 나의 집
옳은 결정을 했는지, 아닌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옳다고 굳게 믿었던 결정도 시간이 흘러 돌이켜 봤을 때 후회되기도 했고, 왜 그랬을까 자책했던 결정이 나중에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이 바뀔 때도 있었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내가 내린 결정이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게 노력하는 일뿐이다.
따스한 햇볕이 스미는 창, 잔잔한 재즈와 은은한 조명,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들. 언젠가 내가 꾸려나갈 공간을 떠올리며 오늘을 시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