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버티지 못했을까. 왜 1년도 버티지 못하고 또 퇴사했을까.
이미 퇴사한 마당에 자책하면 뭐가 달라지나 싶겠지만, 한 번쯤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았다. 내가 견딜 수 없는 상황은 무엇인지, 다음에 이런 일이 또 벌어진다면 그땐 어떻게 해야 할지.
내가 그만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일이 힘들어서 그랬을까? 몸이 아파서였을까? 하지만 단순히 고된 업무나 아픔 때문만은 아니었다. 실수하면 어쩌지, 하루에도 수십 번 계속되는 불안감. 또 잘리면 안 되는데, 잘해야 된다는 압박감. 인정받고 싶은 마음.
문득, 견딜 수 없는 상황이란 건 내가 만들어낸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를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또 이런 상황이 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조건 버티는 게 답인 걸까.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물음표만 떠다닌다.
나는 정말 끈기가 없는 사람일까?
“네가 꼼꼼해서 회계 일이 잘 맞을 거 같아.” 오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하다, 친구의 말을 듣고 회계 업무를 선택했다.
불현듯 몇 년 전 일이 떠올랐다. “그래도, 토익 점수가 있으니까 무역 사무가 낫지 않을까요?” 대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취업 준비를 했을 때도 취업 상담사의 말을 듣고 무역 사무를 선택했다.
결국 회계도, 무역 사무도 일 년을 채 버티지 못했다. 이번엔 다를 거라 믿었다. 직업 선호도 검사도 이쪽이 잘 맞는다고 나왔고, 자격증 공부를 하면서 흥미도 느꼈다. 하지만 결국 똑같았다.
내가 오래 했던 일은 무엇일지 생각해 보았다. 3년 넘도록 했던 일, 마케팅은 내가 하고 싶어서 했던 일이었다. 다른 누구의 의견도 아닌, 그저 내가 하고 싶어서 했던 일이었다.
두 번의 권고사직, 세 번의 퇴사. 왜 그렇게 끈기가 없냐며, 왜 자꾸 도망치냐며 나를 탓하기만 했다.
어쩌면 나에게 필요한 건 끈기가 아니라, 나에게 맞는 일이 아닐까. 끈기가 부족한 게 아니라 방향이 어긋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진짜’ 좋아하는 일은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할 때 즐겁고, 무엇을 하면서 보람을 느낄까?
2022년부터 지금까지 독서 모임을 운영 중이다.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아서 가볍게 시작한 모임이 벌써 3년을 넘었다. 올해 1월부터는 글쓰기 모임도 시작했다. 모여서 글을 쓰고 서로의 아픔을 토닥여주는 순간들이 참 좋다.
“다은 님 덕분에 용기를 얻어서 저도 독서 모임 만들었어요.” “모임 덕분에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어요. 모임이 기다려져요.” “독서 모임은 제가 세상으로 나오는 창이에요.”
이런 말들을 들을 때면, 나도 무언가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긴다. 나로 인해 용기를 얻은 사람들의 응원을 듣고, 또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는다.
책에서 본 문장이 떠오른다.
현명한 사람은 그저 귀만 열어두지 않는다. 환대의 분위기를 만든다.
즉 사람들이 자기의 나약함을 드러날 때의 두려움, 자기의 본모습과 맞닥뜨리는 때의 두려움을 떨쳐낼 분위기를 만든다.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분위기를 만든다.
이러한 분위기에서는 사람들이 용기를 발휘해서 자기 자신에게, 또 다른 사람에게 솔직해진다.
– 사람을 안다는 것
나는 그런 환대의 분위기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람들이 용기를 얻고 자기 자신에게, 또 서로에게 솔직해지는 시간, 그런 순간들이 오가는 모임을 만들고 싶다.
좋아하는 일로 먹고살 수 있을까.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살 수 있을까.
두려울 때도 많다. 줄어드는 통장 잔고를 볼 때마다, 하루하루 시간이 흘러갈 때마다 불안해진다. 홀 서빙이든, 사무 보조 아르바이트든, 뭐든 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력서를 넣어본다.
그렇지만, 아직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의 끈을 놓고 싶지 않다.
누군가는 배부른 소리 한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는 일 하면서 먹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냐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 번뿐인 인생, 한 번쯤은 좋아하는 일 하면서 살아보고 싶다.
나중에 돌이켜 생각해 봤을 때, 하고 싶은 일 한번 못 해봤구나 후회하지 않도록.
“확실하게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감히 퇴사를 추천해 주고 싶다. 사람은 태어나서 한 번을 살고, 흘러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 서울의 3년 이하 퇴사자의 가게들
흘러간 시간은,
흘러간 나의 30대는 다시 돌아오지 않기에,
이제부터라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