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감성을 먹고 자랄 때의 글을 보면 나 자신마저 놀라게 되는 순간들의 연속이다. 그 글을 썼을 때의 심정이나 상황, 감정들이야 당연히 모두 기억이 난다지만 흡사 다른 자아를 마주하는 기분은 쉽게 떨쳐낼 수가 없다. 요즘은 솔직히 말해서 감성이 먹먹히 깃든 글은 고사하고 글이 잘 안 써진다. 무슨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 엄두가 나질 않는다. 예전에 글을 쓸 때면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늘 듣던 고민과 생각을 이제는 내가 하는 중이다.
5월의 어느 날, 늘 가던 독서모임에서 글쓰기 원데이 클래스를 한다는 소식을 접하곤 큰 망설임 없이 신청하게 되었다. 글이야 꽤 긴 시간 동안 혼자 주구장창 써왔지만, 돌이켜 보면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해본 적은 없었다. 그래야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큰 기대를 안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가서 그런지 원데이 클래스는 기대 이상으로 괜찮았다. 안면이 있는 몇몇 사람들이 있어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날은 아침에 비가 좀 내리다 그친 꾸물꾸물한 날씨였다. 모임도 좋았고, 글도 잘 쓰고 왔는데. 정말 별안간 우울한 감정이 불쑥 고개를 쳐들었다. 날씨 탓이었을까. 볕이라곤 한 조각도 찾을 수 없는 적막과 어둠이 깔린 집에 도착했다. 그 순간 혼자라는 사실은 감히 삼켜내기 힘들 정도로 순식간에 나를 덮쳐왔다. 커피를 안 마셔서 그런 걸 거야 라며,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자신을 조용히 다독인 채 자주 가는 카페에 가서 뜨거운 커피를 시켰다. 뭘 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니면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 그저 흘려보냈는지도 모른다.
그때 문득 깨달은 건 글쓰기 모임에서 그동안 외면했던 내 감성이 건드려졌다는 사실이었다. 흔들리지 않으려, 단단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남몰래 꾹 잠가둔 수도꼭지. 그곳에선 나도 모르는 새 눈물이 뚝뚝뚝 새고 있었다.
뚝뚝뚝. 어느 지점이었을지 모르는 새 열려버린 수도꼭지를 나는 그저 가만히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뚝뚝뚝. 그때 눈물을 흘리는 건 비단 수도꼭지만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요새 들어 더욱 느끼는 사실은 감성과 이성의 줄타기가 마음처럼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감성이 출렁이면 그만큼 글은 잘 써지지만 감정적으로 힘들고, 이성이 앞서면 현실을 살아가기엔 편하지만, 그만큼 글이 잘 안 나온다. 이렇듯 살아가는 것은 그게 무엇이 됐든 A와 B의 줄타기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속에서 중심을 잘 잡는 것도 결국은 내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