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있으면 이곳에서 일한 지 1년이 된다. 제대로 된 직장 생활은 처음이라 긴장하며 인수인계를 받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10월이 되어 서서히 추운 계절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내가 맡은 일은 일반 행정 업무로 계약직이다. 계약 기간은 최장 2년이고, 1년을 채우면 재계약 여부를 총무팀에 알려야 한다. 연초까지만 해도 나에게는 해외로 나가려는 계획이 있었다. 그래서 처음엔 1년만 버티자는 마음으로 남은 기간을 하루하루 세어보곤 했다. 하지만 계획을 수정하고, 이곳에서 조금 더 배우며 지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여름 즈음 재계약을 하기로 마음을 정했고, 9월 말 팀장님께 그 뜻을 전했다.
솔직히 말하면, 1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갈 줄은 몰랐다. 특히 하고 싶은 일이 따로 있는 나로서는 이 일을 통해 생활을 유지하면서 퇴근 후에는 내 작업을 이어가는 삶을 꿈꿨다. 그러나 아무리 단순한 행정 업무라 해도 일은 일이었다. 바쁜 시기엔 퇴근 후 저녁을 먹고 나면 나도 모르게 잠들어버리는 날들이 이어졌다.
한 달쯤 뒤면 친한 동료 두 명이 이곳을 떠난다. 그중 한 명은 내 옆자리라 여름부터 그녀가 떠날 날을 어렴풋이 세어보곤 했기에 그 소식이 그렇게 놀랍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막상 다가오니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그러다 문득, 일이라는 게 그렇듯 사람과의 관계에도 어쩌면 각자의 ‘계약 기간’ 같은 게 정해져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반, 같은 과, 같은 모임, 같은 직장에서 만나 부쩍 가까워졌다가도 인생의 흐름에 따라 멀어지고 흩어지기도 하는- 내 삶도, 내게 맺어진 인연들도 정해진 대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틀어지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하고, 심지어 다시는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직까지 왜인지 쿨하게 웃어 보일 수가 없다. 아쉽고 먹먹한 마음을 꾹 눌러 담으며, 조용히 그러나 꽤나 소란스러운 작별을 준비한다. 그리고 그들의 행복을 빌어준다. 그것이 비로소 내가 작별을 준비하는 방법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