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이란 멋쩍은 인사조차 하지 못한 채
서로에게 하지 못한 말들을 빚처럼 남긴 채
사채업자에게 쫓기듯 쏜살같이 이별을 맞이했다.
그래, 어차피 다 지난 일인걸.
지나간 일에 굳이 미련을 두지 않는 나임에도 별안간 불쑥불쑥 급작스레 끝나버린 우리의 마지막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정말 왜 그랬어?”
“도대체 언제까지 그럴 거야?”
원망을 가장한 애정 어린 말조차 나오지 않아 그저 초연해질 수밖에 없던 때
당신의 비밀이 우리의 관계보다 더 중요하다는 걸 그제야 겨우 깨달았을 때
나는 더듬더듬 관계를 이어보려는 허무한 말들 대신 지금 당장 내 곁을 떠나라는 비정한 말로 이별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신의가 결여된 사랑의 말로는 나에게 참 많은 걸 깨닫게 해주었다.
한 번 깨진 믿음은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는 것
내가 가진 믿음을 사랑이랍시고 함부로 낭비하지 말 것
맞지 않는 사람을 꾸역꾸역 맞추려 하지 말 것
그저 한 줌의 신기루처럼 쏜살같이 흘러가버린 사랑의 흔적들.
안녕이란 단어조차 제대로 뻐끔거리지 못하던 그때가 이젠 더 이상 아프지도 힘겹지도 않지만
말끔하지 못한 이별의 장면은 한참이 지나고 나서도 내게 몇 번이고 덧없는 ‘안녕’을 읊조리게 했다.
안녕. 소란스럽게 웃고 울며 사랑하던 지난날들아.
안녕. 크고 작은 흠집들이 남은 모든 추억들아.
안녕. 한때는 내 전부를 바쳤던 사랑했던 사람아.
안녕.
안녕.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