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영하로 꺾이고, 겨울의 기척이 서늘하게 파고들자 자연스레 올해 초 유난히 시리던 장례식날이 떠오른다. 잊는 걸 유달리 버거워하는 사람이라서 더욱 그런 걸지도 모른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정말 모든 것을 잊는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그 물음이 찬 공기 속에서 헛헛하게 맴돈다.
아마 우리는 잊는 게 아니라, 그저 눈앞의 하루하루를 버티느라— 막아두고, 내려놓고, 어쩔 수 없이 묻어두고 사는 것일지도 모른다. 물기 맺힌 기억들과 온기 남은 사람들을 잠시만 옆으로 밀어두는 것일지도.
개중에는 지금 당장 연락한다면 다시 만날 수 있는 인연들이 있다는 걸 안다. 그걸 알면서도 굳이 손을 뻗지 않는 이유는 어떤 관계는 애써 연명한다고 해서 이어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추위에 벌겋게 언 손을 주머니 깊숙이 찔러 넣고, 하얀 입김을 내쉰다. 그리고 출근길 발걸음을 괜히 더 서둘러 본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참기 힘든 그리움에 발목이 잡힐까 봐.
어쩌면 뜨거운 눈물이 그 자리에 쏟아질까 봐.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저 묻어두고 간다.
그저 묻어두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