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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igma Feb 14. 2022

귀촌을 결심하다

꿈꾸던 디지털 노마드의 삶, 귀촌으로 시작해보기로 한다.




6개월의 짦은 연애 끝에 2018년 12월 22일 결혼에 골인한 우리는 만 30살 동갑내기부부이다. 어리다면 어린 나이에 준비 없이 했던 결혼이었다.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서울 노량진 재개발구역 한구석에 우리의 첫 신혼집을 마련했다. 


우리의 결혼이야기는 '결혼도 성격대로한다' 매거진에 담아두었다.


노량진에서 신혼생활을 하며 Paul(신랑)은 학동으로 나는 부천으로 출퇴근을 하며 직장인의 삶을 충실하게 살다 저녁 늦게서야 서로가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는 여느 맞벌이 부부와 비슷한 삶을 살았다. 2년이 채 안되는 노량진에서의 전세 살이 중에 우리 부부는 둘다 이직을 했고, 조금은 더 나은 삶을 기대하며 이사할 곳을 알아봤다. 


각자 지하철 1호선과 2호선을 타야했던 우리는 환승역인 신도림 근처로 집을 알아보았고, 구축 아파트는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역시 그 문턱은 너무나 높았다. (지금 시세와 비교해보면 그때 당시의 가격은 비싼 것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첫 신혼집보다는 훨씬 좋은 컨디션의 신축 빌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노량진 재개발촌에 살때에는 본적 없던 창가에 드리우는 햇살이 가장 고맙게 느껴지는 집, 바로 현재 살고 있는 지금의 우리집이다.




이곳에 이사온지 1년쯤 되던 작년 여름, 우리 가정에 새로운 생명이 찾아왔다. 덕분에 만 30살까지는 아이를 낳아야겠다는 계획을 이룰 수 있게 되었고 그 아이는 지금도 내 뱃속에서 꿀렁꿀렁 움직이며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아이를 낳아 키울 생각에 우리는 그동안 말로만 이야기 했던 귀촌을 올해 9월로 결심하게 되었다. 


사실 그동안 말로만 이야기 했던 건 아니었다. 결혼 후 내내 Paul과 나는 "왜 굳이 서울에서 살아야 하는가? 언제까지 복잡한 만원 지하철에 몸을 실으며 저녁이 없는 삶을 살아야하는가?" 하는 의문들을 내내 던져왔다. 무엇보다 평생 벌어도 살 수 없는 서울의 집값, 전세기간이 끝날 때마다 이사를 가야하고 그때마다 치솟는 전세금을 생각하면 결국 서울에서 우리의 삶은 늘 제자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부부는 꼭 서울이 아니어도, 도시가 아니어도 된다라는 생각의 일치를 이루었다. 귀촌센터도 찾아가보고, 정부의 귀촌/귀농 지원사업도 많이 알아보고 다녔다. 나름대로 귀촌에 대해 진심이었던 우리 부부는 아이를 위해서라도 '올해' 귀촌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UX/UI 기획자인 Paul과 사업제안이 주업무인 나는 그야말로 노트북 하나로 인터넷만 되는 곳이면 어디서든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회사를 떠나 시골에서 어떻게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갈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두 청년의 몸뚱아리를 믿고 용기를 내기로 했다.


마침 지금 사는 집의 전세 만료기간이 올해 9월이라 그때를 데드라인으로 잡고, 서른살 동갑내기 부부의 귀촌 준비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귀촌을 준비하며 먹고살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과 귀촌해서 살 집을 건축하는 일 등 다양하고 진솔한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보고자 한다. 




귀촌, 혹은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 혹은 좋은 자극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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