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라는 임대아파트 당첨을 포기하다
SH주택공사 행복주택 공공임대아파트 청약에 최종 당첨이 됐다. 사람들은 로또 맞았다고 얘기했다. 나도 그런 줄 알았다. 이제 새 아파트에 들어가 행복하게 살기만 하면 될 줄 알았다...
결코 행복하지 않은 행복주택.
서민을 돕겠다고 만든 행복주택이라는 제도는 실상 현실과는 꽤나 큰 괴리감이 있었다. 월 임대료에 아파트 관리비, 공과금을 합치면 월 고정으로 집에 들어가는 비용이 60만 원 정도가 됐다. 60만 원이라는 돈의 무게는 경제적 여유에 따라 혹은 생각하기에 따라 다를 테지만, 어린 나이에 결혼한 우리에겐 매우 부담되는 무게였다.
당첨된 임대아파트를 포기하고 전셋집을 알아보기로 했다. 대출을 받는다 하더라도 얼마 안 되는 밑천으로 아파트는 물론이요 빌라를 얻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김없이 부동산에 들렀다. 그 돈으로 깨끗한 집을 얻으려는 건 욕심이라는 사장님의 핀잔을 들으며 앉아있었다. 말씀은 퉁명스럽게 하신 사장님은 부동산 중개업자들끼리 보는 사이트를 띄워 매물이 올라오는 것을 보여주셨고, 방금 올라온 방 3개짜리 다가구 주택이 눈에 띄었다. 우리는 곧장 세입자에게 전화를 하고 집을 보러 갔다.
이미 많은 방들을 보며 기대치를 한껏 낮춰서였을까? 괜찮았다. 일단 넓어서 좋았다. 무엇보다 베란다가 2개인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하나는 세탁실, 하나는 자전거를 놓을 수 있겠다 싶었다. 방을 둘러보는데 세입자에게 계속 전화가 왔고, 전화기 너머로 방을 보러 오겠다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당장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 앞에서 신랑과 나는 눈짓으로 서로의 생각을 확인하고 용기 있게 "계약할게요"를 외쳤다.
집을 나오는데 집 앞 주차장에 집을 보러 온 사람들이 서있었다.
묘한 안도감이 들었다... 잘한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