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 이야기
태어나서 처음 은행에서 대출상담을 받았다.
내 인생에 크고 작은 대출은 항상 파더앤캐쉬에서 무이자 300개월쯤(?) 할부로 받았었는데... 그것도 무심사로... 내 기억으론 아빠에게 제일 큰돈을 빌렸던 건 아마도 23살 한 달간 해외여행을 가겠다고 빌린 여행자금 300만 원이었던 것 같다. (아직까지 그 돈을 갚진 않았다는 건 비밀이다:)
어느덧 나이가 들고 결혼을 했다. 파더앤캐시에서 빌리던 돈과는 차원이 다른 단위의 금액을 빌리게 됐다. 아니 빌릴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른다. 서류를 제출해야 하고 심사를 통해 빌려줄지 말지는 은행이 정한다.
전셋집 계약금을 입금하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우리는 계약서를 들고 곧장 주민센터로 가서 확정일자를 받았다. 그리고 필요한 서류들을 리스트업하고 내가 불러주면 신랑은 컴퓨터로 찾아서 바로바로 출력했다. 서류를 준비할 때까진 '중소기업 청년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지, '버팀목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지 고민 중이었다. 고로 둘 다 신청이 가능할 수준으로 서류를 준비해 갔다. 대출상담과 더불어 바로 대출신청을 할 작정이었다.
은행 대출 상담석에 나란히 앉았다. 공교롭게도 대출상담을 도와주신 계장님도 우리 부부와 같은 날 결혼을 했다고 한다. 한날 결혼을 했기에 더욱이 신혼부부의 집 문제 어려움을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이해하신 듯했다. 덕분에 친절하고 상세한 대출상담을 받았고, 우리는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을 받기로 결정했다. 그날 은행에서의 1시간, 찰나의 인연이었지만 참 감사한 만남이었다. 준비해 간 서류도 이렇게 꼼꼼하게 준비해온 고객은 처음이라며 단번에 접수가 됐다. 잔금 날까지 한 달 남짓 남았던 시점이었다. 서류심사가 통과되면 은행의 자회사직원이 나가 집주인에게 대출 사실을 확인받고 별 문제없으면 잔금 날 집주인에게로 대출금이 입금될 거다라는 말과 함께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생각하고 기다리면 된다' 라고 했다.
집 계약 후 확정일자, 서류 준비, 대출상담, 대출신청까지 이 모든 걸 하루에 끝냈다. 이 또한 성격대로 한 것이다. 3개월 연애하고 3개월 결혼 준비해서 만난 지 6개월 만에 결혼한 우리답게 대출신청도 시원하게 끝냈다.
정말 무소식이 희소식일까? 잔금 날이 가까울수록 마음은 초조해져 갔다. 은행에선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은행을 찾아도 가봤지만, 아마 별문제가 없으니 연락이 없는 거라고 기다리라는 답변만 듣고 돌아왔다. 그때쯤 우리 부부도 해결되지 않은 대출 문제를 잠시 놓아버리고 지냈던 것 같다.
어느덧 잔금 치르는 날이 밝았다. 정말 감감무소식이었다. 초조한 마음에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기다렸다. 신랑과 나는 서로의 불안감을 증폭시키지 않기 위해 내색은 안 했지만, 속으로는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잔금을 못 치르면 어쩌지? 계약금 날리는 건가? 은행 책임은 없나?' 그 틈에 신랑 핸드폰에 메세지가 들어왔다.
• [web발신] OOO고객님께서 신청하신 대출금 OOOO만원이 실행되었습니다. •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 Tip
- 은행 선택 및 서류 준비 :
1) 사전 대출 후기를 찾아봤을 때 우 O은행이 대출이 가장 잘된다는 후기들을 많이 봤다. 다른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보지 못해서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경우에도 우 O은행에서 문제없이 대출을 받았다.
2) 인터넷으로 사전에 준비서류를 확인해서 준비하는 것이 좋다. 이때 서류는 신랑, 신부 모두 동일하게 준비하도록 한다. (대출 신청자는 집계 약시 명의자와 동일해야 한다)
3) 계약서를 쓴 날에 반드시 확정일자를 받는 것을 권한다. 확정일자와 전입신고는 가까운 주민센터가 아닌 관할 주민센터로 가야 한다.
4) 은행마다 다를 수 있지만, 신청서류의 발급일자는 최근 1개월이므로 너무 일찍 준비해서 신청할 경우 심사기간에 서류가 유효하지 않아 재발급을 해야 할 수 있다. 은행에 대출신청 적정 타이밍을 확인하자.
- 대출 과정 :
1) 은행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대출신청과 승인, 입금의 과정은 '대출상담 - 서류제출 - 대출신청 - 집주인 확인(방문 or전화) - 대출 최종 승인 - 대출금 입금'이다. 물론 본문에서 말했듯이, 이 모든 과정의 진척도와 결과는 알 수가 없다. 잔금 날이 될 때까지 아무런 문자도 오지 않는다.
2) 은행 측에서 집주인에게 확인을 하는 이유는 혹시 전세자금 대출을 다른 곳에 쓸까 해서라고 한다. 따라서 집주인에게 사전에 전세자금 대출 사실을 고지하고 연락이 갈 거라는 것을 말해두는 것이 좋다.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은 은행에서 온 연락에 대출 얘기를 듣는다면 보증 서는 거 아니냐 노발대발하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