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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은 다르다

신혼집 입주 D-7  _ 페인트칠하기

by Stigma Mar 26. 2019

마음 졸이던 대출이 집행되어 잔금을 치렀다. 기쁜 마음도 잠시. 전 세입자들이 이사 간 후 들어간 집은 정말 난장판이었다. 사람 마음은 왜 이렇게 간사한 것일까? 좋아 보였던 집은 정말 낡디 낡은 폐허 같았다. 안보이던 흠집들과 작은 구멍들, 지저분한 몰딩 같은 것들 것 너무나 선명하게 보였다. 순간 포기했던 공공임대 아파트의 조감도가 떠올랐다. ‘내가 그 새 아파트를 버리고 이런 곳으로 오다니…’ 한숨이 절로 나왔지만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었고, 돌이킨다 하더라도 결국 똑같은 선택을 할 것 같았다. 왜냐하면 나는 이 집을 쓸만한 집으로 바꿀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다만 몸이 좀 고생을 할 뿐.

 

신혼집으로 이사하기까지 딱 1주일 남았다. 1주일 안에 살만한 집으로 만들어야 했다. 

 

전세입자가 나간 바로 그날 저녁부터 페인트칠에 들어갔다. 도배, 장판을 하기 전에 페인트 칠을 해야 도배지나 장판에 묻힐 걱정 없이 할 수 있다. 나름대로 미대생이라고 벽화봉사를 많이 했던 터라 페인트랑은 친하다. (하지만 그만 친하게 지내고 싶다ㅠㅜ) 키가 작은 나는 사다리와 한 몸이 되어 몰딩과 문, 창문틀에 페인트칠을 시작했고, 키가 큰 신랑은 사다리 없이 천장과 몰딩을 칠해줬다. (거실 천장이 말도 안 되는 오래된 나무 타일로 되어있었다) 

 

우리가 페인트 칠할 곳들은 모두 나무라 특별히 프라이머(젯소)를 사용하지 않고, 수성 페인트를 사용했다. 창문틀의 경우에는 유리에 페인트가 묻으면 안 되므로 마스킹 테이프 작업을 미리 해야 한다. 이 전처리 과정은 어렵진 않으나 매우 귀찮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었다. 페인트칠을 하는 요령은 처음에는 진하게 전체적으로 한 번씩 바르고 나면 페인트가 마르면서 나뭇결이 올라오는 것이 보인다. 이때부터 얇게 여러 번 덧칠을 해주는 것이다. 그렇게 오래된 나무 몰딩과 창틀, 색 바랜 문들이 깨끗한 흰색으로 변했다. 페인트 색을 흰색으로 한 이유는 오롯이 방이 넓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었다. 

 

 탈창, 마스킹 작업, 창문틀 & 몰딩 페인트
난생 처음보는 천장 나무타일 , 거실 천장 페인트칠하기



 금세 날이 저물었고, 우린 차가운 바닥에 앉아 자장면을 시켜먹었다. 왠지 자장면을 먹어야 할 것 같았다. 중국음식 칼로리에 힘을 빌어 늦은 밤까지 페인트칠을 이어갔고, 그렇게 꼬박 새벽 3시까지 신랑과 야간 페인트 작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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