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 시장이 침체되고, 이제 언제 다시 해외여행을 재개할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 자연스레 국내에서 가고 싶은 곳들이 떠오르면서도, 언제쯤 해외여행을 다시 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꿈에 대한 인사이트를 듬뿍 얻을 수 있도록, 대학 졸업 전 대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해외탐방을 다 해보고 싶었는데...
아쉬워하는 내 마음속, 내게 여행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해외여행으로 어떤 가치를 얻었을까? 생각해보니 여행을 고민하고 여행을 실행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꿈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행이 귀중해진 이 시점에, 한번 스스로 정리하며 다시 여행을 되새겨보았다.
때는 대학교 2학년, '인간, 장소, 지명'이라는 교양 수업을 들은 뒤, '지역의 이야기' 을 기반으로 하는 스토리텔링에 매료되었다. 그 후 학교 커뮤니티에 관광학과 학생분이 올렸던 도시재생 공모전 팀원 모집에 '도시'와 '지역'이라는 말에 홀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도시재생 공모전에 도전했다.
익숙한 동네를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고, 대학과 지역의 상생을 목표로 하는 기획서를 만들었다. 외국인 학생이 높은 학교의 특성과 회기, 이문동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여 다채로운 방안을 수립했다. 전혀 모르는 공모전을 준비하는 내내 너무 재미있었다. 사실, 전공 수업을 듣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여름 방학을 열심히 투자한 결과, 공모전에서 유일한 비전공자 팀으로서 수상할 수 있었다. 우리 팀은 관광학과, 무역학과 선배와 언론정보학과인 나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다른 수상팀은 모두 도시/건축학과였던 것이다. 공모전을 준비하는게 이렇게 재밌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즐거웠는데, 수상까지 하자 이 분야에 대한 애정이 더욱 강해졌다. 고민에 빠졌다. 나 이쪽으로 가야하나?
그렇다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도시계획을 배워 도시재생을 주도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너무 행정적인 분야는 내 적성에 안 맞았다. 기자, 피디가 되고 싶은 것은 아니었지만, 언론정보학도로서 인터뷰나 콘텐츠를 만드는 창의적인 쪽도 재미있었다.
이런 고민을 하던 시절, 학교 장학재단의 <꿈도전장학 프로젝트> 공고를 보게 되었다. 학교 지원금을 통해 꿈을 도전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마침 내년 초에 프랑스로의 교환학생이 예정되어 있었기에,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을 돌아다닐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만들자고 결심했다. 주제는? 방황하는 나를 위해, 무엇이 맞는지 직접 프로젝트를 섞어 경험해보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모두 섞은 꿈 찾기 여행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무슨 일을 할지 모르겠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다 경험해보며 알아내면 되겠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모두 섞은 꿈 찾기 여행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일단 내가 새롭게 관심이 생긴 '도시' 그리고 '지역'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기로 결심했다. 한 가지 키워드로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과 세계를 만나고 싶어 광범위하게 대상을 설정했다. 로컬 푸드만 사용하며 문화예술 행사를 통해 지역을 활성화 시킨 프랑스 리옹의 가게, 유럽 런던의 지역 학교와 협업하는 예술 단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코하우징 단체 등.
당시 나는 Humans of Kyunghee 라는 교내 인터뷰 활동을 하고 있었기에, 다양한 사람을 만나 깊이 알아보는 인터뷰의 매력에 빠져있었다. 따라서 도시와 로컬 커뮤니티를 단순히 '탐방'의 형태가 아닌, 사람과의 교류를 위해 인터뷰로 체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언론정보학과로서의 소통에 대한 관심과 새롭게 생겨난 도시, 마을에 대한 관심을 합해 <유럽 로컬 커뮤니티 인(人)터뷰 프로젝트>는 그렇게 탄생했다. 그리고 무사히 합격을 하여 4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아 교환학생과 프로젝트를 위한 길에 올랐다!
내가 머물던 프랑스 북부 도시 릴에서, 가벼운 배낭 하나와 카메라 메고, 버스에 훌쩍 올라타 네덜란드 코하우징을 취재하러 가는 길에 느꼈던 순간의 설렘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게 하나 둘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하며, 마치 내가 유명한 일간지의 기자라도 된 듯한 재미에 빠지기도 했다. 이메일을 보내 취재를 요청한 먼 나라에서 온 학생을 진지하게 맞이하고 인터뷰해준 사람들을 통해, 큰 보람을 느꼈다.
이 인터뷰 여행을 하며 깨달은 것이 있다.바로 단순히 관광지를 활보하는 여행이 아니라, 멋진 사람들을 만나고 인터뷰하고 콘텐츠를 만드는 여행을 지속하는 사람이 되고싶다는 열망이 생긴 것이다. 단순히 쉬며 즐기는 여행보다 도시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내 발전에 도움을 받고 싶었다. 그냥 방랑하고 소비하는 여행이 아니라, 여행을 통해 발전하고 내 콘텐츠와 알맹이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인터뷰와 여행을 거듭하며, 도시재생과 협동조합을 행정적으로 이끄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여행을 하면서 생긴 관광과의 흥미를 결합해 도시/지역 브랜딩과 콘텐츠를 통해 도시와 지역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직접 여행을 떠나 이런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아마 이렇게 빠른 시간안에 깨달을 수 없었을 발견이다.
물론 프로젝트 하나만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은 것은 아니다. 교환학생과 프로젝트를 모두 마친 뒤 한국에 돌아와서 문화 기획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축제의 통역팀으로 활동하고, 관광공모전에 도전해 수상하고, 도시문화 마케팅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 과정을 통해 도시재생, 로컬, 관광, 콘텐츠 그 어딘가에서 나에게 맞는 지점이 어디일지 계속 찾으려 했다.
하지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바탕으로 '나만의 여행'을 기획하고, 여행을 다니며 느꼈던 '나에 대한 깨달음'을 통해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는 것이 나 자신을 발견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나만의 여행을 기획하고, 여행을 다니며 느낀 것을 바탕으로 다시 도전하자"
물론 아직 나는 배워야 할 것도, 경험해야 할 것도 무궁무진하다. 다시 또 내가 기획한 여행을 통해 진로의 방향을 찾을테고, 더 깊이 알아낼테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도전과 실패를 거듭할 것이다. 아직 무언가를 이뤄낸 입장은 아니지만, 같이 방황하고 꿈을 찾는 입장에서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께 감히 전하고 싶은 말은 "도전하는 여행을 통해 꿈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이 과정을 반복한다면, 더 풍부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럼 어떤 여행을 통해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앞으로 하나 둘 풀어가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