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등 다양한 나라에서 인터뷰하는 여행을 한 뒤 깨달은 것은, 각각의 지역이 품고 있는 특별함, 즉 로컬의 힘이었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 코하우징 단체에서는 암스테르담의 높은 집값에 허덕이며 그 결과로 스쿼팅(squatting: 빈집을 무단 점유하는 행위)을 직접 겪은 매니저를 만났다. 프랑스에서는 예술가를 위한 복지 정책이 발달한 나라답게 예술가 협동조합을 만나볼 수 있었기도 하다.
덕분에 그 지역과 나라의 전형적인 관광 명소만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을 다각도로 이해하며 여행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는 곧 여행을 하면서 특별하고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을 품게 만들었다.
그러한 의미로, 내가 여행하며 느꼈던 각 지역의 특성과 인터뷰 이야기를 섞어 풀어보고자 한다. 로컬 지향의 관광에 관심있는 분들은 그러한 특성에 주목하여 읽어주시면 감사할 것 같고, 꼭 그러한 분야에 관심이 없는 분일지라도, 여행을 좋아한다면 '이런 관점에서 이 도시를, 여행지를 이해할 수 있겠구나','이런 곳을 여행할 수도 있겠네?'라는 생각을 하며 읽는다면 새로운 재미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일반적인 유명 관광지는 아니지만, 충분히 색다른 재미가 있는 지역들만 방문했기 때문이다!
로컬 커뮤니티 여행의 첫번째 행선지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코하우징 Vrijburcht이다.
코하우징은 공동주거를 뜻하는 말로, 핵가족화로 인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여러 가구가 다양한 형태로 모여 사는 형태를 뜻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성미산 마을과 같은 유명한 마을공동체나 코하우징 단체가 있다. 이 코하우징은 비혼 여성들이 모여사는 곳이 될 수도 있고, 환경 보호를 위해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만남일 수도 있고, 공동육아를 위한 코하우징이 될 수도 있다. 즉 기존 가족의 형태에서 부조함을 느낀 점을 보완해 다양한 삶의 방법을 모색할 수 있는 창구라는 점이 특징이다.
네덜란드는 덴마크와 함께 코하우징이 발달한 나라 중 한 곳이다. 생각해보면 네덜란드는 주변 유럽 국가에
비해 자연적인 면에서 불리한 점이 많다. 하지만 자국의 약점을 보완하여 만든 운하가 이제는 관광 자원과
나라를 나타내는 특징이 되었으니, 여러모로 배울 점이 많은 나라다. 단순히 운하뿐만 아니라 다양한 도시재생적 공간들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내가 방문한 코하우징이 위치한 지역인 인공섬으로 이루어진 IJburg 같은 곳처럼 새로운 주거 방식을 제안하는 혁신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방문한 Vrijburcht가 위치해 있는 곳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암스테르담 시내는 아니고, 암스테르담 동쪽에 위치한, IJburg 지역의 Steigereiland 지역이다.
이곳은 영감이 넘치는 건축가들의 실험의 장으로, 환경을 위한 건축, 트렌디한 건축을 만나볼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기다. 건축가들이 도전적인 방식으로 지은 건물들에 직접 살기도 하고, 플로팅 하우스에는 태양열 발전기를 설치하여 에코 시티의 진면목을 보여주기도 한다. 물 위에 지어진 플로팅 하우스를 오가기 위한 요트와, 알록달록한 큰 창의 실험적인 건물까지. 일반적인 유럽 도시의 느낌과 차별화된 매력적인 신진 지역이었다.
건축이나 디자인에 관심이 있다면, 혹은 독특한 영감이나 새로운 삶의 방식에 대한 인사이트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암스테르담 여행 중 잠시나마 짬을 내서 시내에서 트램을 타고 Steigereiland 같은 지역을 가볍게 돌아보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다른 사람들이 흔히 하는 암스테르담의 관광 루트에서 벗어나 특별한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굳이 코하우징 스탭 인터뷰가 아니더라도, 갈 이유가 충분한 곳이다. 암스테르담 시내가 과거의 추억과 기억 속으로 끌어들인다면, Steigereiland 지역은 새로운 미래도시의 면모를 체험할 수 있게 해준달까.
그렇게 찾아간 길, 약속된 인터뷰이를 만나기 전에 나 혼자 구경하고 있자니 코하우징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한가롭게 산책하는 주민과 그리고 인공섬들을 이어주는 다리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
이 평화롭고 멋진 공간을 살아가는 사람들 말이다.
건물 창가에 서 있던 코하우징 스탭 분과 눈이 마주치고, 나를 향해 한국에서 온 학생이냐고 소리쳐 물어보시기에 그렇다고 답했다. 맞게 찾아왔구나. 드디어 내 첫 인터뷰가 시작되는구나. 두근거리던 순간이었다.
언론정보학과 학생으로서, 도시재생 공모전에서 비전공자팀으로서 유일하게 수상을 한 뒤 도시에 빠져 전공과 흥미를 결합시키기 위한 나의 첫 시도였던 인터뷰.
그 첫 걸음이,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