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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탐험가 황다은 Apr 21. 2020

집값이 너무 비싸, 같이 살기로 했습니다

암스테르담에서 함께 사는 사람들


총 52가구가 모여사는 코하우징 Vrijburcht은 각 가구의 독립 공간 외에 공동 유치원, 온실, 취미 공간, 극장 등 다양한 공공 공간을 가지고 있다. 각 가구마다 베란다가 있고, 건물 바로 앞에는 마당과 강가가 있어 파릇파릇한 향기와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따로 또 같이, 코하우징의 조감도


집값이 비싸, 같이 살기로 했습니다


드디어 매니저 요한 씨와 만나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단순한 입주민이 아니라, 코하우징의 창립부터 발달까지 함께한 터줏대감이다.



"코하우징 Vrijburcht을 왜 어떻게 창립하게 되었나요?"

"젊은 시절, 암스테르담에서 스쿼팅(Squatting: 빈집을 무단 점유하는 행위를 뜻하는 용어로, 사회운동의 일환으로 발전)을 한 적이 있어요. 암스테르담 물가와 집세가 워낙 비싸니까요. 그때 스쿼팅을 하며 알게된 지인들과 코하우징을 해보자는 말이 나왔었어요. 시간이 흐르고 어느정도 경제력이 생긴 뒤 실현시킨 거죠."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그리고 동시에 현실적인 이야기기도 했다. 거창한 이념이나 가치를 내세우는게 아니라, 집값이 비싸서 빈집 무단 점유까지 하다가 같이 집 짓고 살게 되었다는 솔직담백한 이야기다.


집값이 너무 비싸 스쿼팅까지 했던 요한 씨와 그의 지인들은, 비슷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코하우징의 시초를 다졌다. 그들은 커뮤니티 경험이 풍부한 건축가 Hein de Haan 씨를 중심으로 함께 부지를 고르고, 설계하고, 시설을 구상해나갔다. 그 과정에서 창립 멤버 외에 다른 가구들을 모집했고, 많은 지원자들의 신청과 포기를 거쳐 현재 52가구가 함께하고 있다.


"4,50만 유로가 있는 사람이라면 단독 주택을 지어서 살 수 있겠죠. 하지만 2,30만 유로 정도만 있다면 그러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2,30만 유로가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공동 주택을 짓는다면 충분히 자신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어요. 그게 코하우징이 운영되는 방식이죠." 요한 씨는 설명을 해주며 직접 본인이 거주하고 있는 공간을 소개해주었다. 강가 쪽으로 큰 창이 나있어, 채광과 경관이 훌륭했다.


코하우징에 거주하는 요한 씨가 직접 거주하고 있는 집.


우리 같이 살아요


물론 요한 씨가 말한 것처럼 코하우징을 이루는 경제적 원리는 돈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코하우징의 원칙은 단순히 큰 건물을 여러 가구로 쪼개 개별 가구에게 나눠주는 것 이상이다. 코하우징은 기본적으로

같이 살아가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코하우징에는 공동 유치원이 있어 바로 자신의 집(!)에 아이를 맡길 수 있다. 


맞벌이 부부의 양육 문제는 현대 사회가 직면한 이슈 중 하나다. 이를 '공동육아'로 해결한 경우도, 사내 유치원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비슷한 이치로 코하우징에서는 공동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같이 식사와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시설과 직접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공용 온실도 있어, 여러모로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겠더라.



코하우징은 '공동체'를 현대인의 삶으로 가져온다는 점에서 옛 방식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취재해 보며, 집값 상승이나 맞벌이 부부의 육아 문제 같은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을 공유 경제와 커뮤니티가 발달한 최근 트렌드의 방식으로 풀어낸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 옛 가치를 현 시대에 맞게 가져온 셈이다.




지금까지 읽었던 독자님들 중에서는, 코하우징에서의 삶이 무료해 보일지도 모르겠다.

다리로 연결되어 있고, 트램도 다니지만, 암스테르담 시내와 떨어져 있는데 오락거리는 충분할까? 심심하지는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도.


Vrijburcht가 단순히 의식주를 해결하는 공간일 뿐 아니라, 문화생활과 자아실현이 가능한 공간이라는 것을 또 다른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코하우징이 담고 있는 또 다른 시설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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