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에게 쓰는 편지(에필로그

전 점점 더 좋아지고 있어요

by 다은

새해를 3일 남겨두고 이렇게 나 자신에게 내 마음을 푹하고 털어놓는 편지를 쓸 수 있어 감사해. 이 글을 쓰며 지난번 쓴 글들을 하나씩 읽어봤는데 내가 이렇게 좋아질 수 있는지 놀랍고 기뻐.

결혼하고 얼마 안 되어 남편과 내 처지를 원망하고 또 원망하기 시작했어. 그럴 때마다 돌아오는 건 나를 향한 분노, 우울이었지.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소리를 버럭 지르고 폭력적으로까지 변하는 내 모습을 보며 내가 이런 사람이었나. 하는 자괴감도 함께 다가왔어. 이제 와 생각해보면 그때 나를 힘들게 했던 일들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었는데, 내가 너무 심각하게만 바라봤던 것 같아. 삶이 속상하고 억울해 소리 없이 울고 있는 작은 아이(나)를 한없이 다그치고 꾸짖기만 했어. 좀 더 지켜보고, 여유롭게 다가갈걸. 후회가 돼. 시간은 조용히 흘렀고, 힘들었던 일들도 그 흐름을 따라 익숙해지기도 하고, 덜 힘들어지기도 한다는 걸 8여 년이 흐른 지금에야 알았어. 걱정하던 남편의 이직도 순조롭게 성공했고 임신 때 뱃속 아이를 힘들게 해 첫째 아이한테 갖고 있던 죄책감도 점점 덜어내고 있어. 아이들은 어느새 커서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쓸 수 있는 여유도 생겼고, 무언가를 배우고 참여하고 싶은 열정 또한 충만해.

내년 복직을 앞두고 또 스트레스받아 힘들어지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없는 건 아냐. 하지만 나는 그 힘들어진다는 사실도 느긋하게 받아들일래. 그리고 그 힘듦을 조금씩 헤쳐 나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솔직히 생겼어. 만일 내가 잘 못 헤쳐 나가면 주저않고 상사와 동료에게 도움을 청할래. 그리고 진짜 못 견디겠으면 올해처럼 다시 쉴 시간을 가질 거야. 회피가 아니라 잠시 쉬어간다고 생각할게. ‘힘들면 힘들다고 표현하는 게 맞아. 내가 나약해서 힘든 게 아니야. 힘들만 하니까 힘든 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나를 다독일래. 그게 나를 살리는 길이니까. 더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을래.

복직원을 쓰기 위해 지난주 병원에 가서 4년 전 했던 검사를 다시 했을 때 긍정적으로 나온 결과에 놀랐어. 일부러 긍정적으로 대답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거든. 의사 선생님이 보여주신 4년 전 검사지에 부정과 힘듦으로 물들어 있던 내가 이렇게 변하다니. 감격스러웠어. 그날, 진료받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런 생각이 들었어.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만 내가 지난 시간 겪었던 어려움으로 훨씬 더 성장했고(우울하지 않았더라면 지금만큼 성장했을지 모르겠어) 누구보다 ‘나’에 대해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편, 내가 다시 안 좋아질 수도 있다는 생각은 마음 한켠에 조그맣게 갖고 있어. 우리의 삶은 늘 유동적이고 나도 같이 흘러갈 수밖에 없거든. 그렇다고 전처럼 너무 속상해하지도, 실의에 빠지지도 않고 싶어. 적당히만 속상하다 힘듦의 늪에서 날 위한 나무줄기를 찾고, 끙 차 잡고 나올래.

내가 많이 좋아져서 기쁘고, 내가 좋아지고 있는 내용을 담은 이 책을 완성하게 되어 뿌듯해. 앞으로도 욕심부리지 말고 어제만큼만 행복을 누리길 바라. 그리고 누구보다 더 소중한 나, 먼저 생각하고, 먼저 돌보며 살자. 너의 앞으로의 삶도 진심으로 축복해. 사랑해, 다은.

작가의 이전글22. 우울감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