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점점 더 좋아지고 있어요
한창 다이어트와 건강 관리에 신경 쓰기 시작하던 올여름, 몸의 ‘순환’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인터넷에 ‘마사지’를 검색해 보았습니다. 결혼 준비하며 동네에서 받았던 피부 마사지 3회, 아이 둘을 낳으며 조리원에서 받았던 산후 마사지 5회가 살면서 받았던 마사지였습니다. 이 마사지를 받으면서도 값이 비싸다고 생각하면서 결제를 한참 망설였던 기억이 납니다.
‘내 주제에 무슨.’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건강이 많이 안 좋아졌으니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 다 해보자.’ 로요. 하지만 1년 휴직 중인 저에게 마사지를 받을 만한 돈이 없었습니다. 1~2회 정도는 어떻게든 받아보겠는데 마사지는 단발성으로 받는 것 보다 꾸준히 받는 게 효과가 좋다는 말을 들었기에 1회당 10만 원이 넘는 가격인 10회 마사지권을 한꺼번에 끊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생각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무덥던 어느 여름밤, ‘좀 더 건강해지고 싶다, 탄력 있게 살을 빼고 싶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해 잠이 오질 않았습니다. 그때는 남편과 격일 운동을 한 지 한 달 정도 되어갈 때여서 식사는 몇 시에 어떤 것을 먹고 운동은 어떤 것을 추가할지 고민 중이었는데, 때마침 마사지를 받고 싶다는 욕구가 함께, 다시 올라왔습니다. 아침 걷기 운동, 자기 전 스트레칭을 병행하며 마사지를 2주에 한 번씩 받으면 몸 순환이 원활해져 더 건강해질 것 같았습니다. 흥분한 저는 어디서, 어떤 마사지를 받으면 좋을지 열심히 다시 검색했고 2시간에 걸친 검색 끝에 결국 마음에 드는 마사지샵과 마사지 옵션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결정을 내리니 마치 당장 내일이라도 마사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푹 잠에 들었습니다.
다음 날, 여느 때처럼 동생네 집으로 출근해 쌍둥이들을 돌보고 있었는데 사업을 하느라 바쁜 제부가 저에게 선물을 하고 싶다는 말을 동생을 통해 전해왔습니다. 동생의 쌍둥이 육아를 도와줘서 고마운 마음에 그러는 것 같았습니다. 몇 차례 거절했지만 계속해서 뭘 갖고 싶냐는 제부와 동생의 마음을 감사히 받기로 했습니다. 동생은 도톰한 겨울 점퍼와 코트를 사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안 그래도 휴직해서 매일 같은 옷 입었었는데 새 옷을 사는 것도 참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동생에게 마사지를 받겠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염치없이, 가격이 얼만데?’ 하고 몇 번을 고민하다 결국 말을 꺼내고야 말았습니다. “나 마사지권 끊어도 돼? 금액이 부담돼서 말하면서도 진짜 미안하긴 한데, 내가 요즘 제일 하고 싶은 게 마사지라서. 받아보고 싶어.”
평소 마사지 같은 것에 관심 없어 보이던 제가 마사지권을 끊어달라고 하니 동생도 놀란 눈치였습니다. 하지만 동생도 저의 절실한 마음을 알아주었는지 흔쾌히 동의해주었습니다. “언니, 잘 생각했네. 내가 마사지권 끊어 줄 테니 한 번 받아봐! 근데 어디서 받지? 내가 아는 곳은 산후 마사지 전문이라….” “아, 내가 다 알아봤어. 돈 빼곤 다 알아봤지. 하하하.” 동생과 제부에게, 돈이 없다고 바로 포기하지 않았던 내 마음에게 고마운 날이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8월 말부터 2주에 한 번씩 전신 순환 마사지를 받고 있습니다. 찾아간 마사지 샵에서 상담을 거쳐 나의 몸에 맞는 마사지를 시작했습니다. 상체, 하체, 어깨, 두피로 이어지는 90분의 마사지 시간이 나에게는 천국처럼 느껴졌습니다. 아무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나의 몸을 위해서 갖는 휴식 시간. 운동할 때 느끼는 것과는 또 다른 기분이었습니다. 처음 마사지할 때는 어깨랑 엉덩이 쪽이 많이 아팠는데 오랜 시간 앉아 컴퓨터를 하던 자세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바르게 앉고 일 중간중간 스트레칭도 꾸준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사지 후에는 뜨끈한 온기를 받으며 짧지만 깊게 낮잠도 잤습니다. 순환이 잘 안된다고 느껴졌던 허벅지와 골반 사이, 겨드랑이와 팔뚝 사이가 노폐물이 빠져 시원한 느낌도 들었어요.
2025년 마지막인, 지난 주말에도 마사지를 받으며 나만의 힐링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마사지를 받으며 더 건강해지고, 건강하기 위해 식단과 운동도 신경 쓰는 내가 자랑스럽습니다. 하지만 남들에겐 굳이 자랑하고 싶지 않아요. 그저 내가 좋은 거니까 나에게만 자랑하렵니다. 남에게 떠벌리거나 비교할 필요가 없는 나만의 취향을 찾아간다는 건 참 괜찮은 일입니다. 동생이 끊어준 마사지권은 횟수가 거의 다 되었지만, 곧 복직이니 추가로 제 돈 주고 꾸준히 더 받아보려고요. 제 몸은 앞으로 얼마나 더 좋아질까요? 정말 기대가 됩니다. 앗! 그런데 더 좋은 일이 생겼습니다. 오늘 저녁을 먹는데 갑자기 남편이 이번에는 자기가 마사지권을 끊어주겠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사실입니다. 심지어 남편한테 마사지에 마자도 안 꺼냈습니다. 남편 입에서 저절로 “여보 마사지 끝날 때 되면 말해. 이번엔 내가 마사지권 끊어줄게.” 이렇게 스르륵 나왔습니다. 난 깨달았습니다. 하고 싶은 마음을 함부로 접어두지 않았기 때문에 하루가 이전과 조금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을.
앞으로도 나는 내가 꾸는 모든 꿈이 이루어질 거라 생각하진 않습니다. 다만, 나를 위한 바람을 ‘내 주제에 무슨’이라는 말로 먼저 밀어내지는 않으려고 해요. 그 마음이 사라지지 않도록, 조용히 곁에 두며 소중하게 지켜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