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평

확률에 관한 이야기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데이비드 핸드

by cell

확률은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 거냐는 말이다. 주사위를 굴렸을 때 6이 나올 확률은 여섯 번 던졌을 때 한 번이 나올 확률이다.


우리가 우연히 만났다는 말을 할 때 우연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 생각도 못했는데 여기서 만날 줄 몰랐다는 뜻이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이 있다. 까마귀는 사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배가 떨어져서 오해를 받는다는 의미다. 낮은 확률로 일어나기 힘든 일이 일어나면 우연히 일어났다는 말을 쓴다.


아주 드물게 일어나는 일은 왜 일어나는 걸까. 벼락을 맞으면 하늘이 천벌을 내렸다고 한다. 돼지꿈을 꾸면 복권을 산다. 아기를 가지면 태몽을 꾼다. 이런 우연들은 하느님이 있거나 신비로운 뭔가가 있는 게 아니다. 다 미신이다.


‘그러나 우연의 법칙은 정반대로 보렐이 무시할 수 있다고 판정한 사건들처럼 개연성이 극히 낮은 사건도 계속 일어난다고 본다. 그런 사건은 불가능하지 않을뿐더러 거듭 일어난다는 것이다... (중략)... 우연의 법칙의 여러 가닥은 양파껍질에 비유할 수 있다. 껍질을 한층 벗겨갈수록 설명은 더 명확해진다. 우연의 법칙의 여러 가닥들 (아주 큰 수의 법칙, 충분함의 법칙, 선택의 법칙 등) 각각은 어떻게 보렐의 법칙과 우연의 법칙이 둘 다 옳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고유한 통찰을 제공한다’


아주 큰 수의 법칙에 따르면, 아주 많은 기회가 있으면, 아무리 드문 일도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복권에 당첨되는 것도 복권을 많이 사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확률이 백만분의 1로 너무 낮아서 실제 그러기는 힘들지만 말이다. 하지만 복권을 사는 사람이 많아서 누군가는 복권 숫자를 맞춘다. 주변에 두 번 연속 복권이 당첨된 가게라던지 옛날에 중매로 결혼할 사람을 알아보러 갔는데 그 마을에서 우연히 상대방의 형을 만났다던지 하는 일은 생각하는 것보다 쉽게 일어날 수 있다.


선택의 법칙은 전체를 보지 못한다는 뜻이다. 돼지꿈을 예로 들어보자. 돼지꿈을 꾸면 재물이 들어온다. 이런 생각은 돼지꿈을 꾸고 복권을 샀을 때 당첨되지 않으면 그냥 넘어간다. 하지만 적은 금액이라도 당첨되면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한다. 다른 꿈을 꿨다가 당첨되거나, 꿈을 꾸지 않았는데 당첨될 경우는 꿈과 연결 짓지 않는다. 돼지꿈을 꾸면 재물운이 따른다는 것은 우리가 그 꿈을 선택해서 연결시키기 때문이다.


충분함의 법칙은 두 사람의 생일을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두 사람이 생년월일이 4월 1일로 똑같다고 생각해보자. 둘은 신기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다시 한 명은 4월 10일 한 명은 4월 20일이라고 해보자. 우연히 둘 다 생일이 4월이네라고 신기해할 것이다. 두 가지 일어난 일을 비교할 때 어디까지를 충분히 신기하다고 볼지는 마음에 달려있는 것이다.


우연의 법칙은 이 세 가지 법칙이 같이 적용되면서 우리가 아주 드물게 일어났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오히려 일어나지 않는 게 부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주사위를 아주 많이 던지면 10번 연속 6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면 그게 더 이상하다는 말이다.


이렇게 드물다고 생각하는 일이 일어나는 걸 신기해할 필요가 없다면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다. 비행기가 같은 기종이 이번 달에 두 번 추락했다. 이것은 우연의 법칙이 적용된 우연한 일일까. 그 기종의 비행기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책에서는 원인을 따져보고 더 확률이 높은 쪽의 설명을 따르는 것이 과학적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확률이란 우리가 믿고자 하는 설명방식이며, 그것의 진실 여부는 알 수도 없고 의미도 없다는 말로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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