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현의 별헤는 밤을 읽고
과학의 시선에서 중력파라는 책으로 모임을 할 때 였다. 중성자별을 다룬 대목에서였는데, 지구에 있는 원소가 별에서 온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탄소와 같은 무거운 원소는 지구에서 만들어질 수 없고, 외부로부터 유입된 것이라는 이야기다. 천문학만의 주제는 아니고, 물리와 화학의 영역이기도 하기에 자세히 다루지는 않았다. 그때 누군가 지나가는 얘기로 그래서 사람도 별에서 온 먼지라는 표현을 한 기억이 난다.
이 이야기는 뜻밖의 자리에서 다시 접할 수 있었다. 연말에 김상욱님의 짧은 양자역학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장소가 안국이었는데 근처에는 경복궁이 있다. 강연에 따르면 물질의 작은 단위인 원소는 지금도 우리 사이를 옮겨다니고 있는데, 이 원소들은 새로 만들어지거나 변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쓰는 원소가 경복궁에서 세종이 쓰던 원소일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처음에는 갸우뚱했지만, 이내 예전에 들은 원소 우주 유입설(?)과 연결이 되었다.
과학에 문외한이지만 읽고 들은 걸로 추측해보면 다음과 같다. 물질의 기본 단위인 원자는 양성자, 중성자, 전자로 이루어진다. 중성자의 개수에 따라 어떤 원소인지가 결정된다. 가장 흔한 수소는 양성자1개, 중성자1개, 전자1개로 이루어진다. 양성자 개수가 늘어날 수록 무거운 원자가 된다. 그런데 수소가 융합해서 헬륨이 되는 것은 쉽지만, 더 무거운 탄소나 그밖의 원소들이 되는 것은 어렵다. 강한 압력과 높은 온도 조건하에서 핵융합이 일어나야 하는데, 지구에서는 이런 환경이 있을 수 없고, 초신성이나 별의 내부에서나 가능하다. 결국 지구의 원소들은 별 내부에서 만들어져 어느 시점엔가 지구로 유입된 것들을 계속 쓰는 것이다. 몸을 이루는 유기화합물을 구성하는 탄소와 같은 원소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우주의 별먼지라는 낭만적인 표현은 이런 이야기다.
허블우주망원경을 소개하는 챕터에 이런 문구가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새로운 관측기기의 등장은 당연히 새로운 관측결과를 낳았고 이에 따라 새로운 가치관을 형성했다.’ 지식은 아는데 그치지 않고 가치관과 생각을 새롭게 형성한다. 우주의 지식을 접하고 난 후의 내가 바라보는 밤하늘, 지구, 자연 그리고 사람은 예전과 같을 수 없다.
우주는 얼마나 오래되었을까. 별은 어떻게 태어났을까. 상상조차 안되는 어둠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 우주의 70%를 구성하는 암흑에너지의 정체는 무엇인가. 지구와 같은 환경을 갖춘 행성의 수는 몇개일까. 지적인 생명체가 있을까. 있다면 어떻게 통신할 수 있을까. 가깝게는 화성에서 생명체를 최초로 발견할 수 있을까. 사람이 이주할 수 있을까. 인류가 처음으로 우주 전체를 알아가는 시기에 살기 때문에 더 많은 것들이 궁금하고, 얘기를 나누고 싶다.
덧붙여, 과학교양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과학의 방법론이 부러웠다고 말하고 싶다. 과학은 연구방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특정 개인이나 조직이 독점할 수 있는 정보가 아니다. 서로의 연구를 세세하게 검증하면서 지식의 범위를 넓혀가는, 모두의 지혜를 모으는 학문이다.
순진하게도 세상의 많은 일들이 이러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과학도 물론 암투와 질시같은 것이 있겠지만, 혼자서 도달할 수 없는 지식이라는 걸 알기에 여럿이 벽돌을 한장씩 올리듯 힘을 합쳐 인식의 범위를 넓혀간다. 허블우주망원경의 첫 사진은 그야말로 망작이었는데, 실패를 인정하고 공감대를 만들어가며 해결책을 찾으면서 성공신화가 시작되었다. 책에서의 바람처럼 현실에서 그런 과정의 감동과 즐거움을 나눌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