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평

외계지성체에 대한 현대 과학의 답변

침묵하는 우주, 폴 데이비스

by cell

외계 지적 생명체를 다루는 끝판왕 격의 책이다. 하지만 너무 진지해서 졸립기도 하고, 책의 주제보다 사이드 디시같은 문제들에 더 관심이 간다. 책의 결말은 조금 황당하고 지엽적일 수 있으니 외계의 지적 생명체가 있는지 꼭 알고 싶은 사람만 보는 게 좋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천만원 이상은 들였을 것 같은 사실적인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코스프레를 찾을 수 있다. 아이언맨도 실제처럼 헬멧이 열렸다 닫히고 불빛도 나는 코스프레가 있다. 이 정도면 단순히 팬이 아니라 장인수준의 덕질이다. 폴 데이비스는 외계지적생명체에 관한 한 세계 최고의 오덕이다. 이 정도로 꼼꼼하고 진지하게 다루는 지성과 에너지라면 뭘 연구해도 성공할 것이다. 50년째 성과가 없는 세티를 생각하면 재능이 아까울 정도다.


외계 생명체에 대해 이렇게까지 깊게 다뤄야 하나 독서 중 회의감이 들 정도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렇게 품이 많이드는 고민을 하고 있으면, 외계 지적생명체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다. 반면, 이걸 여기서 다루네 싶은 묵직한 질문들이 있다. 지구 생명의 기원은 무엇인가. 물질에서 생명은 단 한번 발생했나. 생명의 탄생은 필연적인가. 진화에 지성이 필요한가. 과학은 탄생하지 않을 수도 있었나. 성간 전파통신은 가능한가. 인공 뇌를 만들 수 있을까. 양자 컴퓨터는 가능한가. 핵융합의 새로운 에너지원으로서의 가능성 등등. 대가 답게 과학적이고 비판적인 답변을 내놓는다.


후반부에서는 외계 지적 생명체가 존재한다고 가정한 뒤에 발생한 문제들을 다룬다. 여기서부타는 엄밀히 과학적이지 않고 SF적인 상상에 가깝다. 좋게 얘기하면 과학자임에도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낙관적인 시선을 갖고 있고, 나쁘게 얘기하자면 황당하고 지엽적이다. 아직 지적생명체는 물론이고 지구 외 행성에 생명체조차 발견되지 않았으니 예정된 결말이다.


보통의 독자라면 요약본을 찾아 읽거나 훑어보는 식의 독서가 좋다. SF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분야의 왠만한 지식은 깊이 있게 접할 수 있다. 간만에 책 보면서 좀 졸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