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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막 사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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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흐름 Oct 30. 2022

인간은 무엇입니까



사람과 말로 소통하는 개들이 등장하고 있다.

플라스틱 버튼에 몇 가지 단어를 음성 녹음을 해놓으면 개들이 그 단어 버튼을 눌러 사람과 소통하는 방식이다. 주로 '산책 가자', '간식', '물', '엄마', '아빠' 등의 단어 버튼이 있다.


그중 어떤 개 '버니'에게는 버튼이 좀 더 있다. '개', '가족', '우리', '사람', '친구' 등의 단어가 들어있다.

그리고 특별한 버튼. 바로 질문 버튼이다.

버니는 '어디 있어요'라는 버튼과 '아빠' 버튼을 눌러서 '(사람) 아빠는 어디 있어요?'라고 물을 수 있다.

사람 엄마는 '위층'이라고 말해준다.

이번에는 '무엇입니까' 버튼과 다른 단어를 조합해 묻는다.

'개는 무엇입니까?'

엄마는 잠시 고민하다 '친구'라는 버튼을 눌러준다.

버니가 꼬리를 흔들고 '우리', '개', '사람', '친구', '가족'을 연달아 누른다.

버니의 사람 엄마는 뛸 듯이 기뻐하고 감탄을 터트리며 버니를 칭찬하고 쓰다듬는다.


SNS로 버니 가족의 소통을 보며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우리 사람은 소와 돼지에게도 같은 버튼을 눌러줄 수 있는가?

'소는 무엇입니까? 돼지는 무엇입니까?'

살아있는 생명들이 사람의 말을 빌어 '사람에게 그들은 어떤 존재냐'라고 질문할 때 우리는 뭐라고 답할 것인가.


그들에게, '인간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을  있겠는가. 그리고  답을 감당할  있겠는가. 수많은 그들이 누를  개의 버튼조차 주지않는 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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