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지지키로
동네 마트에서 사다가 방 화병에 꽂아둔
유칼립투스 나무줄기에서
향기로운 꽃내음과 싱그러운 잎내음이 난다.
비록 나무에서 잘려나갔어도
잎에 무성하게 깃들어 남은 녹색의 영이
향기로, 색으로,
창너머 들어오는 바람에 살랑이는 움직임으로
내가 자연을 더 사랑하도록 설득 중이다.
그리고 이 꺾어진 나무줄기가
내가 내 손으로는 살아있는 나무를 꺾지 않도록
자신의 생의 아름다움을 바쳐 간절하게
나를 설득하고 있다.
생이여,
미안하다.
너를 소비하는 것이
너의 계절을 빼앗는 것이
네가 새와 벌들과 나눌 대화를 빼앗는 것이
니 달빛과 노을을 빼앗는 것이
니 몸뚱아리를 빼앗는 것이
니 뿌리를 빼앗는 것이
니 열매와 꽃을 빼앗는 것이
니 다음 세대를 빼앗는 것이.
내가 생명을 소비하기 때문에
생명의 뿌리를 뽑고 몸을 잘라도 상관없는
그런 문화를 지지하기 때문에
시들어가는 유칼립투스 나무줄기가 오늘
혼신의 애를 쓰며
자기 생의 아름다움을 내 방 한구석에서
오롯이 인간 하나를 설득하는데
바치고 있다.
진하게 남을 것이다.
니 설득의 향이.
깊이.
유칼립투스야.
덕분에 나는 이 순간
변한다.
너의 계절을 지지키로.
네가 새와 벌들과 나눌 대화를 지지키로.
니 달빛과 노을을 지지키로.
니 몸뚱아리를 지지키로.
니 뿌리를 지지키로.
니 열매와 꽃을 지지키로.
니 다음 세대를 지지키로.
우리가 자연과 화평하기를
지지한다.
내가 행동으로.
네가 바치는 생 덕분에.
유칼립투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