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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막 사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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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흐름 Oct 12. 2022

빤스 사이즈가 사람 만든다



집에서 운동을 하는 것은 즐겁다.

낭닝구와 빤스만 걸쳐도 된다.

안 씻어도 된다.

몸을 마음대로 흔들어재껴도 된다.

방귀를 껴도 된다.


며칠 전 속옷 쇼핑을 갔더랬다.

이유는, 평소 입던 빤스가 이제 궁둥이를 반쪽만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궁디가 커진 것이다.

고민했다. 살을 빼서 빤스에 내 궁디를 맞출 것이냐, 궁디에 맞는 빤스를 새로 살 것이냐.

요즘 먹는 추세와 움직임의 추세로 볼 때(추위에 취약한 나는 추워지는 요즘, 씻는 일만 해도 거사이다), 새로 사는 것이 낫겠군.

본래 입던 사이즈에서 한 치수 큰 빤스를 들여다보았다. 이런, 생각보다 한 치수 차이가 너무 큰데... 헐렁할 듯싶었다. 말하자면 궁디는 반 사이즈가 커진 것이다.

고민일세. 반 사이즈를 더 찌워서 한 사이즈 큰 빤스를 입느냐, 다시 마음을 돌려 궁디를 반 사이즈 빼느냐.


결국 빈 손으로 집으로 왔다. 궁디가 더 커지면 궁디만 커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지금, 난닝구와 빤스를 걸치고 앉아 홈트의 장점을 묵상하고 있다. 운동에 들어가기 앞서 자아 설득 중.

춥다...

그래, 홈트를 하면 몸에 열도 나니까.

때론 빤스 사이즈가 인간을 만드는 것이다.

움직이는 인간. 건강한 인간.

가자. 홈트. 어서. 겟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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