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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막 사춘기

부시다 말다

by 정흐름



하늘에 먹구름이 끼었다 말다

해가 나다 말다를 초단위로 반복키로

눈이 부시다 말다

창에 걸린 블라인드를 올렸다 내렸다

... 하이고

내 그 하늘 보고

니 변덕 한번 찬란타 한다.

그러든가 말든가

구름은 어째 저리 유유히만 가겠노.

꼭 하늘에 배 띄운 듯이.


문득

요란하게 유람선 띄운 강 아래 사는 물고기가

배 그림자에 눈이 부시다 말다 할까

싶네.

그게 물 위에 떠다니는 구름인 줄 알까

싶네.


다시 고개 들어

해를 가렸다 냈다 하는 하늘 구름을 보고 있자니

저 위에서 지상으로 쓰레기는 안 떨어지잖아

싶다이?

저 위에 사는 이에게 감사.

내 보다 나은 이가 더 위에 살고 있음에.


물고기들아,

미안하다.

너희보다 못한 우리가 머리 위에 살고 있어서.

너희가 우리 위에 떠다니면

똥밖에 더 싸겠느냐만은,

똥보다 더한 배설물을 토해내는 우리가

화장하고 정장하고 향수 뿌리고 곱게 올라앉아

유람하며 사진 찍느라

너희 하늘이 부시다 말다

부시다 말다

부시다 말다

한다.


하늘 위 해없이 가로지르는 구름을 보며

그 위에 해없이 높은 존재를 그리며

그들이 눈비 내리지 오물 내리지 않는 빛임을 알고

(가끔 새똥은 있겠으나)

마땅히 가장 낮은 데서

다른 생명들을 이고 지고

용서를 빌어야 할 내 존재의 빚이

... 하이고


강 물고기야, 바다 물고기야, 오징어야, 멍게야, 전복아, 개미야, 풀벌레야, 사람이 구름되는 생명들아,

도망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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