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막 사춘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흐름 Apr 13. 2023

부시다 말다



하늘에 먹구름이 끼었다 말다

해가 나다 말다를 초단위로 반복키로

눈이 부시다 말다

창에 걸린 블라인드를 올렸다 내렸다

... 하이고

내 그 하늘 보고

니 변덕 한번 찬란타 한다.

그러든가 말든가

구름은 어째 저리 유유히만 가겠노.

꼭 하늘에 배 띄운 듯이.


문득

요란하게 유람선 띄운 강 아래 사는 물고기가

배 그림자에 눈이 부시다 말다 할까

싶네.

그게 물 위에 떠다니는 구름인 줄 알까

싶네.


다시 고개 들어

해를 가렸다 냈다 하는 하늘 구름을 보고 있자니

저 위에서 지상으로 쓰레기는 안 떨어지잖아

싶다이?

저 위에 사는 이에게 감사.

내 보다 나은 이가 더 위에 살고 있음에.


물고기들아,

미안하다.

너희보다 못한 우리가 머리 위에 살고 있어서.

너희가 우리 위에 떠다니면

똥밖에 더 싸겠느냐만은,

똥보다 더한 배설물을 토해내는 우리가

화장하고 정장하고 향수 뿌리고 곱게 올라앉아

유람하며 사진 찍느라

너희 하늘이 부시다 말다

부시다 말다

부시다 말다

한다.


하늘 위 해없이 가로지르는 구름을 보며

그 위에 해없이 높은 존재를 그리며

그들이 눈비 내리지 오물 내리지 않는 빛임을 알고

(가끔 새똥은 있겠으나)

마땅히 가장 낮은 데서

다른 생명들을 이고 지고

용서를 빌어야 할 내 존재의 빚이

... 하이고


강 물고기야, 바다 물고기야, 오징어야, 멍게야, 전복아, 개미야, 풀벌레야, 사람이 구름되는 생명들아,

도망쳐...!








매거진의 이전글 쓰다듬어 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