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막 사춘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흐름 Apr 16. 2023

쓰다듬어 주세요



유닛 3층에 산다는 건 제법

괜찮은 일인 

창문을 통해

웬만큼 자란 작은 나무의 정수리가

보인다는 것이다.

손을 뻗으면

쓰다듬을 수 있을 것 같다.

바람에 가느다란 나뭇잎들이

아이의 머리카락처럼 나부낀다.

혹시

작은 나무그동안

저보다 작은 키로 내가 아래서 왔다 갔다 할 때에

내 정수리를 내려다보며

나를 쓰다듬고 싶었으려나?

이제는 나무아래 지나다 혹

나뭇잎이 머리에 스치면

나무가 쓰다듬는다 해야지.

문득

스치는 바람, 공기, 냄새, 햇살, 빗방울, 소리,

피부에 닿는 모든 것이

지구의 쓰다듬음처럼 느껴진다.

지구의 존재들이 서로 쓰다듬으며

서로를 간직하고

서로 무척이나

아껴 사랑하는 것 같다.

지구의 결이  사랑 같누.

지구인이 지구에서 누리는 혜택으로 

지구의 사랑만   어디 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하늘에 샹들리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