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캔.
얇은 철제 뚜껑이 공기를 긁어 베며
'서걱 딱'하고 열린다.
느끼하고 비릿함을 품은 기름 국물에
핏빛 가신 마른 살이 켜켜이 구겨 들었다.
검푸른 바다 바다 밑에서
줄지어 떼 지어 찬물을 호흡하고
길이나 대구리가 클 대로 컸을 때
내 사랑하는 짝들과 노상
꼬리치고 춤추며 밀려다니다가
어떤 어진 어부의 그물에 걸리어
살기 좋다는 원산 구경이나 한 후
에지푸트의 왕처럼 미이라가 됐을 때...
(가곡 '명태' 중에서. 양명문 작)
어디 가사 속 명태만 그랬겠느냐.
참치, 너의 삶도 그랬으려니.
나는 너와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고 있을까?
토막 난 참치를 내려다보며 생각한다.
서걱 딱.
그 생명이 조각이 날 때도
그 생명이 귀로 들었을 소리.
무섭다.
생을 익숙하게 토막 내버리는 우리의 배불림이.
우리가 보고, 듣고, 먹고, 행하고, 배우고, 가르치고,
웃고 떠들며 배 불리는 것이
'서걱 딱'이라는 것이.
그게 사람의 손으로
사람의 신체와 사람의 생명에도 가하는
똑같은 것이라는 것이
어찌 낯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