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막 사춘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흐름 May 18. 2023

서걱 딱




참치캔.

얇은 철제 뚜껑이 공기를 긁어 베며

'서걱 딱'하고 열린다.

느끼하고 비릿함을 품은 기름 국물에

핏빛 가신 마른 살이 켜켜이 구겨 들었다.


검푸른 바다 바다 밑에서

줄지어 떼 지어 찬물을 호흡하고

길이나 대구리가 클 대로 컸을 때

내 사랑하는 짝들과 노상

꼬리치고 춤추며 밀려다니다가

어떤 어진 어부의 그물에 걸리어

살기 좋다는 원산 구경이나 한 후

에지푸트의 왕처럼 미이라가 됐을 때...

(가곡 '명태' 중에서. 양명문 작)


어디 가사 속 명태만 그랬겠느냐.

참치, 너의 삶도 그랬으려니.

나는 너와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고 있을까?


토막 난 참치를 내려다보며 생각한다.

서걱 딱.

그 생명이 조각이 날 때도

그 생명이 귀로 들었을 소리.


무섭다.

생을 익숙하게 토막 내버리는 우리의 배불림이.

우리가 보고, 듣고, 먹고, 행하고, 배우고, 가르치고,

웃고 떠들며 배 불리는 것이

'서걱 딱'이라는 것이.

그게 사람의 손으로

사람의 신체와 사람의 생명에도 가하는

똑같은 것이라는 것이

어찌 낯선가.









매거진의 이전글 나폴레옹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