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흐름 Aug 16. 2023

천지창조에 비친 내 오만한 낯짝

[성경] 창세기 1장




성경 창세기 1장을 읽는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하나님이 이르되 빛이 있으라 하니 빛이 있었고...

(창조는 죽죽 진행되어) 천지와 만물이 다 이루어지니라...


문득,

예전 소개팅남이 떠오른다.

그는 자신의 도움으로 어떤 목사님이 교통벌금을 감면받은 업적을 장장 45분을 떠들었더랬다.

주변에 말 많은 수다 지인들, 나를 수다노예로 만들어놓고 수명을 깎아내는 얼굴들 또한 떠오른다.

자신이 겪은 모든 디테일; 자신이 누구와 주고받았던 대화 한마디 한마디, 당시의 기분, 누구의 표정은 어땠고 등을 초단위로 모조리 늘어놓는 '말 많고 말 못하는' 인간들이여. 제발.


신이,

자신이 천지창조한 업적을

성경 1장에 풀어놓고 마는데요들!


그 신급 겸손 앞에,

자기 고난, 자기 영광, 자기 사정, 자기 기분, 자기 기준, 자기 팔자, 자기 걱정, 자기 디테일, 자기 이야기.


가만있자. 한편,

내가 떠들어재낀 내 고난, 내 영광, 내 사정, 내 기분, 내 기준, 내 팔자, 내 걱정, 내 디테일, 내 이야기가

거울처럼 수면에 떠오르니,

내가 그들보다 더하다, 안그냐?

이것도 낯짝이라고 들고 앉아 성경 놓고 남 욕한다.


성경 겨우 창세기 한 장 읽었을 뿐인데

말씀에 비친 내 오만한 낯짝에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신이여.

당신 겸손 1장의 무게를 느낍니다.

그 짧은 문장들 너머에 담긴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만물창조의 지혜와 힘이

눈앞에 살아있는 삶으로 생으로 펼쳐져 있습니다.

빛, 하늘, 산, 바다, 나무, 동물, 사람으로.

오직 한마디의 말씀과 그것에 합당한 실행과 실현.

창세부터 지금까지 그 말씀이 지켜지며 살아있음을 증거해 봅니다.

제가 떠들어재끼는 수억 마디 중에,

어디 풀포기 하나 나게 하는 게 있는가 돌아봅니다.

생명 없는 혓바닥으로 떠드느니,

당신 말씀에 '아멘' 한마디면,

지구에 족하다, 생명에 족하다, 만물에 족하다,

깨닫습니다.

당신의 천지창조가 계속되는 이 순간,

눈앞에 살아서 펼쳐지는 말씀 앞에

아멘.


빛 앞에 아멘하고

하늘 앞에 아멘하고

바다 앞에 아멘하고

식물 앞에 아멘하고

동물 앞에 아멘하고

사람 앞에 아멘하고

생명 앞에 아멘.


오늘 말을 새로 배운다.

그리고 사는동안 풍족하고 만족할

온전한 한마디를 배운다.

주님 말씀에,

'아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